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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서 지역구 현안 해결 압력

입력 | 2016-05-24 03:00:00

[국회 상임위도 구조조정을]<3>민원창구 전락한 국토위




지난해 10월 8일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장. 새누리당 A 의원은 “저희 지역 문제이기는 합니다만…”이라며 지역구 주택 관련 민원성 질의를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B 의원도 자신의 지역구를 관통하는 도로에 대한 질의를 한 뒤 “관계 국장으로 하여금 본 위원에게 보고를 좀 해주시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국정감사가 ‘민원의 장’이 된 셈이다.

국토위는 여야를 떠나 ‘희망 1순위’ 상임위다. 철도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과 직결되는 산하 기관이 모여 있어 지역구의 민원을 제기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국토위는 19대 국회 후반기에 16개 상임위(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윤리특별위원회 제외) 가운데 정원도 31명으로 가장 많았다.

25년간 국토부에 재직했던 새누리당 송석준 당선자(초선·경기 이천)는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원이 지역구를 챙기는 것을 무조건 탓할 수는 없지만 민원을 안 들어주면 업무를 못할 정도로 무리한 자료를 요구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했다.

‘악성 민원’의 대표적인 사례는 산하 기관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자료를 내거나 질의를 한 뒤 의원실에 해당 공무원이 찾아오면 “더는 확대하지 않을 테니 지역구를 챙겨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국토위를 경험했던 한 보좌관은 “질의를 계속 받는 기관은 국토위를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국토위에서 활동하는 의원들이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을 두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19대 국회 때 야권의 한 초선 의원은 “국토위에서 지역 현안 예산을 따내는 데 주력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보좌관은 “일부 의원은 국지도로 개량 사업, 지역 철도 신설 등 자신의 지역구에만 해당하는 안건에 매달리곤 한다”고 털어놨다. 국토위에서 서민 주택 문제, 전·월세 대책 등 국가적 현안이 뒷전으로 밀릴 때도 많다는 얘기다.

국토위가 알짜 상임위라는 이유로 동료 의원들의 민원을 외면하기도 어렵다. 한 야당 의원은 “도로 건설, 그린벨트 해제 등 지역 숙원 사업은 기본이고 국토부, 각종 공사 등 관계자들을 소개해 달라는 요청이 줄을 잇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정치외교)는 “‘국토위에 가면 지역에 도로가 많이 생긴다’는 특권을 없애기 위해선 제도화를 고민해야 한다”며 “특히 지역구의 대형사업에 대해 공청회 등으로 철저히 따져보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송찬욱 song@donga.com·한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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