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 분석 현장 가보니
한국원자력연구원 사찰시료분석청정시험시설(CLASS)에서 연구진이 핵 시료를 분석하고 있다. 핵 시료 입자에서 핵분열의 흔적을 찾아 농축이나 재처리를 시행했는지 추적하는 기술(FT-TIMS)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5개국만 보유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 韓, 핵 사찰 대상국 겸 협력국
IAEA는 원자력 시설에서 보유하고 있는 핵물질이 평화적인 목적으로 이용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핵 사찰을 진행하고 있다.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이 IAEA에 신고한 핵 시설과 핵물질 보유 현황이 실제와 맞는지 사찰을 통해 확인한다.
연 부장은 “IAEA와의 협력을 통해 사찰 시료의 핵 활동 여부를 가리는 ‘검사’ 역할과, 국내 핵 사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잡아낼 수 있는 ‘변호사’ 역할을 동시에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핵 사찰 시료 분석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가령 3% 농축 우라늄을 보유했다고 신고한 경우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총량분석을 진행한다. 시료에 포함된 핵물질의 양과 동위원소 비율을 추적해 진위를 가린다.
핵물질 농축이나 재처리를 진행했는지 추적하기 위해서는 입자분석 기술을 사용한다. 핵분열 흔적이 있는 위치만 찾아내 과거 핵 활동 기록을 찾는 것이다. 이 기술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5개국만 보유하고 있다.
○ 이달부터 무(無)통보 핵 사찰 실시
이달부터 IAEA는 국내 경수로 원전에 대해 무(無)통보 핵사찰을 실시하기로 했다. 24시간 전에 사전 통보하는 방식에서 사전 통보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실시간으로 경수로를 관찰하던 감시카메라도 순차적으로 없앨 방침이다.
현재 IAEA는 연간 70∼80회 공식 핵 사찰을 진행한다. 연구 시설이나 경수로의 경우에는 사찰관 1명이 하루 동안 조사한다. 핵물질의 양이 많고 종류도 다양한 중수로나 한전원자력연료의 경우 사찰관 5명이 2∼8일간 돌아다닌다.
안 실장은 “신고 내용이 실제와 다르거나 감시카메라 영상이 의도적으로 손상된 의혹이 있는 경우 IAEA가 일방적으로 특별 사찰을 실시하기도 한다”며 “핵 사찰 과정에서는 국가검사원이 항상 동행하며 IAEA 핵 사찰과 별도로 국가 검사도 별도로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IAEA의 특별 사찰을 받은 사례는 아직 없다.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은 최근 핵 사찰용 검출기를 개량하고 있다. 반도체 4개를 병렬로 연결해 계측 결과를 서로 검정할 수 있는 고효율 감마선 검출기를 개발 중이다. 기존의 게르마늄 검출기에 비해 효율은 4배 높였고, 오차는 반으로 줄였다.
곽성우 정책연구개발실 책임연구원은 “300초 걸리던 측정 시간을 50초까지 줄였다”며 “올해 IAEA 핵 사찰 현장에 이 장비를 적용해 성능을 최종 평가한 후 IAEA 인증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전=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