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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車, 결국 닛산 품으로… 車업계 요동

입력 | 2016-05-13 03:00:00

2370억엔에 지분 34% 넘겨




연료소비효율(연비) 조작 파문을 일으킨 일본 미쓰비시자동차가 닛산자동차에 넘어간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과 마스코 오사무(益子修) 미쓰비시차 회장은 12일 오후 일본 요코하마(橫濱) 시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닛산이 2370억 엔(약 2조5596억 원)을 들여 미쓰비시차 지분 34%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5월 중에 정식 계약을 체결하고 연말까지 모든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로써 닛산은 지분 20%를 보유한 미쓰비시중공업을 제치고 최대 주주가 된다. 미쓰비시차는 연간 849만 대를 판매하는 세계 4위 자동차그룹인 르노닛산연합의 일원으로 편입된다.

지난해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태를 비롯해 2014년 현대·기아자동차가 연비를 과장해 미국 정부에 3억 달러의 벌금을 냈고 최근에는 메르세데스벤츠와 PSA 등도 배출가스 장치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미쓰비시차는 연비 조작으로 문을 닫은 최초의 자동차 회사가 됐다.

○ 현대·기아차와 격차 벌린 르노닛산

1933년 설립된 닛산은 1999년 제휴 관계를 맺은 르노와 합쳐 자동차업계 메이저가 됐다. 지난해 글로벌 판매 기준 도요타(1015만 대), 폴크스바겐(993만 대), 제너럴모터스(GM·984만 대)에 이어 4위다. 지난해 107만 대를 판매한 미쓰비시차를 인수하면 연간 판매대수 955만7000대로 폴크스바겐과 GM을 바짝 뒤쫓게 된다. 르노닛산에 이어 5위인 현대·기아자동차(801만6000대)와의 격차도 100만 대 이상 벌어진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요타, 혼다에 비해 아시아 시장점유율이 낮은 닛산에 미쓰비시의 브랜드 파워는 매력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양사는 앞으로 전기자동차(EV) 개발 등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카를로스 곤 회장은 “닛산은 미쓰비시차가 직면한 연비 문제에 대해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며 “닛산의 전면 지원을 통해 미쓰비시차는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쓰비시차는 일본 국내 판매량 8위 업체로 세계 시장 순위는 16위권이다. 하지만 1917년부터 자동차를 만들어 온 ‘100년 전통’의 업체로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1976년 국산차 1호인 ‘포니’를 생산할 때 기술을 전수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인수로 닛산은 차종 다양화를 이룰 수 있게 됐다”며 “디젤 게이트를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한 폴크스바겐의 시장점유율이 계속 하락할 경우 닛산의 3위권 진입도 예상해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인수가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닛산은 올해 1분기(1∼3월) 기준 수입차 시장에서 약 4%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쓰비시 연비 조작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현대·기아차의 주가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며 “닛산이 미쓰비시차를 통해 소형차 부문을 키울 경우 신흥시장에서 완성차업체 간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연비 조작에 무너진 미쓰비시

미쓰비시차는 지난달 20일 연비 조작 사실을 발표하면서 아이카와 데쓰로(相川哲郞) 사장이 “2013년부터 생산된 4개 차종의 연비가 5∼10% 조작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후속 조사에서 밝혀진 내용은 상상을 초월했다. 연비 부정 측정은 1991년부터 광범위하게 이뤄졌으며 일부 차종은 15% 이상 연비가 뻥튀기된 것으로 드러났다. 아사히신문은 “1991년 이후 발매된 차종 50여 개 중 3개를 제외하고 모든 차종에서 불법적인 연비 측정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연비 조작 발표 이후 경차 판매량이 반 토막 났으며 일부 차종은 판매 중단 영향까지 겹쳐 판매량이 70% 가까이 떨어졌다. 영업소에는 “차량을 되사가라”는 소비자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시간이 갈수록 수습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면서 미쓰비시차가 문을 닫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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