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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조선3사 차입금, 5년 만에 2배로 늘어…왜?

입력 | 2016-05-08 16:28:00


국내 대형 조선업체 3사(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의 차입금 규모가 2010년 이후 2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액수로는 14조 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발주처와 불리하게 맺은 수주계약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각사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조선 ‘빅3’의 총차입금(단기차입금+장기차입금+유동성장기부채+회사채)은 2010년 말 10조1000억 원에서 지난해 말 24조 원으로 급증했다. 차입금이 가장 큰 비중으로 늘어난 곳은 대우조선해양으로 2조5000억 원에서 3배가 넘게 늘어나 7조9000억 원이 됐다. 액수로는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 포함)이 5조2000억 원에서 추가로 6조2000억 원이 늘어 가장 증가폭이 컸다. 삼성중공업도 거의 2배나 늘었다.

조선업계는 이 원인이 조선업체에 불리하게 맺어진 수주계약에 있다고 보고 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불경기로 수주경쟁이 치열해지자 그동안 선박 건조 단계별로 균등하게 돈을 받던 계약 방식이 선박을 최종적으로 인도할 때 대금의 절반 이상을 받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과거에 비해 충분한 돈이 제때 들어오지 않게 된 조선업체들이 운영자금이 부족해지자 돈을 빌려 쓸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헤비테일 방식의 경우 선주가 중간에 발주를 취소할 경우 재무적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발주 취소까지는 아니어도 유가가 내려가자 해외 선주들이 수익성이 떨어진 해양플랜트를 인도받는 시기를 늦춘 경우도 많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선주들이 공정상 온갖 트집을 잡으며 인도시기를 늦추는데, 계약상 모두 우리(조선업체)가 책임지도록 돼 있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 역시 경험부족이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선사에 돈이 부족해지자 A 선박을 짓는 데 써야 할 돈을 끌어와 B 선박을 짓기도 하면서 회계가 불투명해지는 문제점도 생겼다.

이에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과도한 헤비테일 방식의 수주 계약을 막기 위해 선수금환급보증(선주가 배를 제대로 인도받지 못할 경우 먼저 낸 돈을 돌려받기 위해 드는 보험의 일종) 발급을 제한하는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등 조선업계와 금융권에서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미 헤비테일 방식이 국제 관행처럼 굳어져 개선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