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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 中… “금융위기 때 美보다 심각한 수준”

입력 | 2016-04-27 03:00:00

3월말 나랏빚, GDP의 237%… 中정부 경기부양책 약발 안먹혀
베이징發 금융위기 우려 높아져… “日 잃어버린 10년 같은 침체 올수도”




정부와 기업 가계를 포함한 중국의 총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중국발(發) 금융위기’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2008년 8월 미국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태가 악화되면 채무자의 상환 능력 부실로 중국의 금융 시스템까지 붕괴되는 ‘민스키 모멘트(Minsky Moment)’가 초래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과도한 빚을 진 채무자들이 이를 상환하기 위해 건전한 자산까지 팔아 치워야 하는 상황을 일컫는 이론으로 민스키 모멘트에 진입한다는 것은 금융시장에서 자산 가치가 폭락하고 경기가 수축기에 들어선다는 뜻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 3월 말 현재 중국의 총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37%로 163조 위안(약 2경9340조 원)이라고 보도했다. FT는 “중국의 부채 규모도 크지만 2007년 148%이던 것과 비교하면 부채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부채 비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230.9%)이나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169.2%)보다도 더 높다.

FT는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부채 비율이 높아져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부양 정책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고 경제가 살아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1분기(1∼3월) GDP 성장률은 6.7%로 2009년 1분기(6.2%)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세 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1분기 신규 대출은 6조2000억 위안 증가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50%나 증가했다.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많이 풀었지만 기대했던 성장률은 오르지 않고 빚만 잔뜩 늘어나는 형국이다. FT는 “2008년 미국에 불어 닥친 금융위기나 1990년대부터 이어진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장기 침체가 중국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이 대출받아 투자한 것이 실적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과잉 투자가 되고, 결국 부실 대출로 변해 금융권 전체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헤지펀드계 대부(代父)인 조지 소로스는 “현재 중국 상황은 2008년 금융위기 때의 미국과 꼭 닮았다”며 “중국 은행 대출 대부분이 악성 채무가 되거나 수익을 못 내는 기업들을 연명시키는 데 쓰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국가 부채가 과도하게 높다는 점은 중국 정부와 학자들 사이에서도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부채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다른 해석도 나온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은 249%로 영국(245%)이나 미국(244%)에 근접했지만 일본(379%)과 유로존(257%) 선진국 평균(258%)보다는 낮았다. 중국은 국가 부채 대부분이 기업 부채로 정부 부채 비중은 낮은 편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기업 부채가 주로 투자를 위한 것이고 자본시장이 발달하지 않아 기업의 은행 차입금이 많은 점 때문에 부채 비율이 높다며 이를 부실의 근거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