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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나이는 숫자일뿐…’ 성악가들의 노익장

입력 | 2016-04-12 03:00:00


플라시도 도밍고

10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솔오페라단이 주최한 오페라 ‘투란도트’를 보았습니다. 타이틀롤인 투란도트 공주 역을 맡은 소프라노 조반나 카솔라의 소리는 압권이었습니다. 한 평론가는 ‘소리가 극장 천장을 뚫고 나가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카솔라는 1998년 장이머우 감독의 연출로 중국 베이징의 쯔진청(紫禁城)에서 공연됐던 투란도트 공연에서도 같은 역을 맡아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놀라운 것은 카솔라의 나이입니다. 1945년 1월생. 올해 71세입니다. 일부에서는 ‘70대인 소프라노가 제대로 소리를 낼지’ 의심하는 소리도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실제 무대에서 그가 들려준 소리는 의문을 잠재웠습니다.

성악은 음악 장르 중에서도 가장 은퇴가 빠른 분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몸 자체가 악기라서 신체적 노화가 그대로 소리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중음악 가수와 달리 공연에서 원칙적으로 마이크나 앰프를 쓰지 않기 때문에 20세기 중반에만 해도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60대 이상 가수의 오페라 공연은 무리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신체 관리를 위한 여러 노하우가 속속 등장하면서 성악가들의 연주 가능 연령도 길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스페인 마드리드의 테아트로 레알에서 ‘살아있는 리골레토’로 불리는 바리톤 레오 누치가 주연을 맡은 베르디의 ‘리골레토’를 보았습니다. 당시 이 코너에서 전해드렸습니다만, 73세였던 그가 부르는 리골레토도 굉장했습니다. 포탄 같은 포르테(강한 소리)가 터졌습니다.

6월에 또 한 사람의 ‘노익장’ 성악가를 만나러 영국 런던에 갑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호세 카레라스와 더불어 세계 3대 테너로 꼽혔던 성악계의 전설 플라시도 도밍고입니다. 1941년생. 이제 그는 75세가 됐지만 여전히 세계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런던 코번트 가든 로열오페라 극장에서 그가 타이틀롤을 맡은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를 볼 예정입니다. 나부코는 테너보다 소리가 낮은 바리톤이지만, 도밍고는 일찍이 바리톤으로 성악계에 데뷔했던 경력을 살려 오늘날 테너뿐 아니라 바리톤 역할까지 능숙하게 소화하고 있습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