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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검증 강화’에는 한계…열람여부 인터넷 공개를

입력 | 2016-04-06 03:00:00

[정부 통신정보 조회 급증]수사기관 남용 견제장치 필요




진보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은 수사기관이 통신자료 조회를 요청할 때 검증 절차를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적이 필요한 수사기관이 ‘저인망식 수사’의 일환으로 통신자료를 무분별하게 조회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2014년 “수사기관이 통신자료를 조회할 땐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고 미래창조과학부에 권고했다.

정보 보안 전문가들도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법적·제도적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전 대통령안보특별보좌관)은 “이슬람국가(IS)가 세계 각지에서 테러를 자행하고 있는 등 안보가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통신자료 조회를 법적으로 차단하는 나라는 없다”며 “다만 국민이 신뢰할 수 있도록 ‘깜깜이 조회’를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어 1년에 한 번이라도 통신정보를 제대로 폐기했는지, 적합한 목적으로 사용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영장 발부를 의무화하거나 당사자에게 미리 조회를 통보하는 ‘사전 검증 절차 강화’는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과 교수는 “공범일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통신자료 조회를 사전에 통보해 줄 순 없다”며 “테러가 의심되는 상황처럼 급박한 상황에 수사기관이 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통신자료를 누가 조회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만큼 수사기관 스스로 조회 남용을 억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어떤 수사기관이 몇 건의 개인 통신정보 조회(감청·압수수색 영장 집행)를 요청했는지 ‘투명성 조사 보고서’를 만들어 인터넷에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를 모니터링해도 개인 통신정보 조회를 남용하는 수사기관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선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반기별로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국내 통신3사나 공공기관은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통신사도 투명성 조사 보고서를 공개한다면 수사기관 대부분의 통신자료 조회 실태가 확인된다. 사찰을 우려하는 공포심이 상당히 사그라들 것”이라며 “수사기관 차원에서도 자체적인 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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