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부터 한달간 ‘지구회화전’ 개최… 낫-막대기 등 친환경 도구 이용… 대지 위에 ‘나만의 그림’ 만들어
전남 진도군 지산면 소포마을 일대가 노란 유채꽃으로 뒤덮여 있다. 주민들은 5일부터 한 달간 유채꽃밭에서 글씨와 그림 등을 그리는 ‘대지에 그리다-지구회화전’을 개최한다. 진도군 제공
○ 유채꽃밭을 도화지로…
소포마을 주민들은 5일부터 5월 5일까지 한 달간 마을 인근 유채밭에서 ‘대지에 그리다―지구회화전’을 개최한다. 올해 처음 열리는 회화전은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핀 대지 위에 원하는 도구를 이용해 표현하고 싶은 것을 그리는 행사다. 가로 100m, 세로 40m의 면적이 도화지로 제공된다. 글씨와 그림은 물론이고 미스터리서클처럼 그려도 된다. 사전에 준비한 도안을 바탕으로 낫, 널빤지, 막대기, 로프 등 도구를 이용하면 된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화석연료가 사용되는 기계나 장비는 사용할 수 없다.
주민들은 10여 년 전부터 땅심을 높이고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유채를 심었다. 드넓은 들판의 유채꽃을 보러 오는 관광객이 늘자 올해 처음 축제 개념을 도입해 유채꽃밭에 디자인이라는 옷을 입히기로 했다. 행사추진위원장인 김병철 씨(53·소포리 전통민속전수관장)는 “유채꽃은 한 달 넘게 보존되다가 5월 중순 갈아엎어 퇴비로 쓴다”며 “처음 개최하는 행사인데도 참가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토속문화가 살아 있는 마을
소포마을에는 135가구 270여 명이 산다. 주민들은 1984년 국내에서 최초로 검정쌀 재배를 시작해 현재 128ha의 논에서 매년 900여 t의 검정쌀을 생산해 15억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지리적 표시제(제84호)로 등록된 검정쌀은 강력한 항산화 작용으로 항암효과와 피부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는 안토시아닌이 다른 지역 흑미보다 월등히 높게 함유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도군은 소포마을 일대에서 검정쌀 축제를 11년째 개최하고 막걸리, 흑미 찐빵, 흑미차 등 다양한 가공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소포마을 주민들은 모두가 명창이다. 누구든 소리를 하고 싶으면 마을에 있는 전통민속전수관을 찾는다. 14년 전 문을 연 전통민속전수관에는 북과 장구 등 소리에 필요한 모든 장비가 갖춰져 있고 마을을 찾은 이들이 있으면 공연도 한다. 주민 50∼60명이 참여해 펼치는 놀이마당으로, 진도베틀노래·자장가·8월가·진도아리랑 등을 선보이며 걸군농악의 백미라 할 수 있는 강강술래로 끝을 맺는다. 공연을 보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체험료는 1인당 5000원.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