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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는 것보다 구부리는 게 한수 위

입력 | 2016-04-01 03:00:00

스마트폰 빛내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한 자유롭게 휘어지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최근 국내외 전자업계에서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이슈 중 하나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란 기존 유리 기판이 아닌 얇은 필름 재질의 폴리이미드 기판 위에 트랜지스터 등 회로를 올린 디스플레이를 말한다. 유리가 아니기 때문에 자유롭게 구부러지는 데다 얇고 가볍다. 깨질 위험도 없다. 유리와 달리 원형이나 타원형 등 다양한 모양으로 잘라내기도 쉽기 때문에 디자인의 제약도 상대적으로 적다.

○ 평면에서 커브드로

2012년부터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로드맵’에 따라 플랫(Flat)→커브드(Curved)→벤디드(Bended)→폴더블(Foldable)→롤러블(Rollable) 단계로 개발해 온 삼성디스플레이 개발팀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첫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제품은 삼성미술관 리움에 설치된 디지털 가이드용 단말기다. 2012년만 해도 걸음마 단계 기술이어서 평면형으로 시범 제작했다. 그렇게 ‘감’을 잡은 뒤 2013년 10월에는 이른바 ‘기왓장 폰’이라고 불렸던 갤럭시 라운드에 휘어진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처음 적용했다. 과도기 단계 제품이어서 시장에서 호응을 얻지는 못했지만 플랫 형태에서 커브드로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였다.

2014년에는 웨어러블용 커브드 디스플레이에 도전했다. 일반적으로 디스플레이 크기가 작아질수록 그 안에 회로를 넣는 작업은 더 어려워진다. 최길재 삼성디스플레이 수석연구원은 “‘기어핏’과 ‘기어S’의 디스플레이를 손목 굴곡대로 휘게 하는 과정은 스마트폰과는 또 다른 차원의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갤럭시 라운드가 디스플레이가 안쪽으로 휘어진 인폴딩(infolding) 제품이었다면 두 웨어러블은 바깥쪽으로 구부러진 첫 아웃폴딩(outfolding) 제품이었다.

○ 커브드에서 롤러블로

휘어진 커브드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한 기술이 구부러진 형태인 벤디드다. 안형철 삼성디스플레이 책임연구원은 “패널이 전체적으로 휘어진 것보다 한쪽만 구부리는 게 기술적으로 더 어렵다”며 “첫 제품이 오른쪽만 구부린 갤럭시노트 엣지였고, 그 경험을 기반으로 지난해 양쪽 면을 모두 구부린 ‘듀얼엣지’를 채용한 갤럭시S6 엣지를 내놨다”고 했다.

최근 나온 갤럭시S7 엣지는 듀얼엣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제품 좌우는 물론 위아래에도 굴곡을 입힌 ‘쿼드엣지’ 디자인이다. 그래서 손에 쥐었을 때 전체적으로 둥근 조약돌 느낌이 나면서 그립감이 개선됐다. 일종의 구(球) 형태에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씌우는 작업이어서 처음엔 기포가 계속 생기는 등 쉽지는 않았다. 최 연구원은 “공정 조건과 순서를 다 뜯어고쳐 성공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에 이어 애플도 차기작 아이폰에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채택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앞다퉈 플렉시블 OLED 라인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대형 및 플렉시블 OLED 등을 생산하는 경기 파주시 P10 공장에 10조 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시장이 활성화됨에 따라 자유롭게 접었다 펼 수 있는 폴더블 디스플레이도 조만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태블릿PC 크기인 디스플레이를 세 번 접는 방식과 세로로 긴 디스플레이를 폴더폰처럼 접었다 폈다 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기술은 두루마리처럼 말 수 있는 롤러블.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볼펜 하나 크기로 돌돌 말아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닐 수 있다.

아산=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