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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신나는 일이 뭐야’라 물으면 삶이 달라져

입력 | 2016-03-15 03:00:00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문제 해결 능력은 직장에서 중요한 미덕이다. 우리는 문제를 정의하고, 근본 원인을 분석하며, 해결책을 찾아내고, 실행하는 것에 익숙해 있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가능성(possibility)보다는 문제(problem)에 집중한다. 아이가 95점, 89점, 79점, 52점을 받아 오면 우리는 95점보다 52점에 눈길을 먼저 돌린다. 비피 프로케어라는 한 회사는 소비자 만족도가 79%라는 결과를 접하자 21%의 불만족 소비자들을 인터뷰하여 그 결과를 조직 내에 발표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소비자 만족도는 물론이고 직원들의 사기도 떨어졌다. 그 후 접근 방식을 바꾸어 보았다. 79%의 소비자들이 왜 만족하는지를 조사하여 그 결과를 발표하고 직원들에게 이를 확산시켜 나가도록 장려했다. 1년이 채 되지 않아 소비자 만족도는 95%로 올라갔다.

현대 경영학 창시자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리더십의 임무는 장점을 극대화하여 약점이 의미가 없도록 만드는 것이라 말했다. 긍정 탐구(Appreciative Inquiry) 방법론을 창안하여 유엔과 보잉, 맥킨지를 비롯한 세계적인 조직에 컨설팅을 해 온 미국의 경영학자 데이비드 쿠퍼라이드 교수로부터 몇 주 전 나흘 동안 수업을 받을 기회가 있었다. 그는 수업 첫날 전 세계에서 모인 학생들을 두 사람씩 짝지은 후 인터뷰를 하게 했다. 질문은 이랬다. 첫째, 직장 생활을 해 오면서 가장 활동적이고, 효과적이며 참여도가 높았던, 그래서 기억할 만한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그런 성공적 경험의 이유는 무엇이었으며, 돌아볼 때 자신의 강점 세 가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둘째, 현재 일하고 있는 조직에서 사람들이 가장 열정적인 때는 언제였습니까? 이를 가능하게 한 요소는 무엇이었습니까? 셋째, 10년 뒤인 2026년에 와 있다고 상상해 보지요. 이때 어떤 상황이 펼쳐질 때 당신은 자신에게 그리고 일하고 있는 조직에 가장 자랑스럽게 느끼시겠습니까?

이 질문들은 “당신의 문제가 뭐냐?”라고 묻지 않는다. 그런 질문에 대해서 우리는 너무나 많이 생각해 왔다. 긍정 탐구는 당신이 언제 신나서 일하며 행복해하는지를 묻는다. 전통적인 심리학이 오랫동안 ‘도대체 인간은 뭐가 잘못된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인간의 어두운 면을 탐구해 왔다면 긍정 심리학은 행복과 같은 인간의 밝은 부분을 탐구한다. 마찬가지로 문제 해결에 집중해 온 전통적인 경영학의 대안과 보완으로 긍정 탐구가 등장했다.

수업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캘리포니아에 있는 페이스북 본사에 들러 데이터 사이언스팀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차미영 KAIST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차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 중 하나로 이들이 장점과 약점을 어떻게 정의하는지를 들려주었다. 이곳에서 장점이란 단순히 잘하는 분야가 아니라 진심으로 관심 있어 하고, 배우려는 열정이 있으며, 지속적으로 하고 싶어 하는 분야를 뜻하며, 자신이 잘하는 기술이 있더라도 별로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은 약점으로 정의한다고 한다.

직장인들은 문제점만 지적하는 상사들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우리는 스스로의 문제점을 고민하며 더 피곤하게 산다. 접근 방식을 한번 바꿔보자. 마음이 맞는 사람과 차 한잔을 하며 쿠퍼라이더 교수가 제시한 세 가지 질문을 놓고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떨까. 차 교수가 전해준 장점과 약점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놓고 나의 강점을 다시 생각해 보면 어떨까. 당신이 상사라면 부하 직원들이 자신의 장점을 바라볼 수 있는 긍정 질문을 던져보면 어떨까.

삶을 살아가면서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고 있는가. 그 질문이 내 삶의 모습을 결정할지 모른다. 물론 우리는 살면서 많은 문제를 접하고 풀어가야 한다. 하지만 문제 해결 사고에만 매몰될 때, 우리는 정작 스스로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끄집어내지도 못하고 은퇴할지 모른다. 따뜻한 차 한잔 마시며 쿠퍼라이더 교수의 말을 되씹어 본다. “말이 세상을 만든다(Words create world).”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