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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표 사고 극장 들어가 취소하는 ‘메뚜기족’을 아시나요

입력 | 2016-03-10 14:56:00

CJ CGV극장. 동아일보DB


“야, 그거 아냐? 이제 영화관 자리별로 티켓 다르잖아. 비싼 티켓, 싼 티켓 한 장씩 사고 영화 시작하기 10분전에 비싼 티켓 취소하고 비싼 자리 앉으면 돼.”

휴가를 내고 간만에 평일 낮에 영화관으로 가던 영화팬 A 씨가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들은 이야기다. ‘설마 그럴까?’ 했던 얘기는 실제 상황이었다. A 씨가 예매한 ‘프라임존’을 찾아 갔더니 누군가가 앉아있었던 것. 자리를 착각했을 수도 있어 A 씨가 그에게 ‘몇 열이냐’고 물으니 그는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스탠다드 존’으로 내려갔다. 당시 A 씨는 영화 시작5분 전에 티켓을 구매했다.

CJ CGV가 3일부터 영화관 좌석별 가격 차등세를 실시하고 나서 잘못된 소비자들의 불만이 꼼수로 이어져 일부 관람객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CGV는 상영관의 관람환경에 따라 ‘이코노미존’(Economy Zone), ‘스탠다드존(Standard Zone)’, ‘프라임존’(Prime Zone) 등 세 구역을 구분해 가격을 차등화 했다. 스탠다드 기준으로 이코노미는 1000원 저렴하고 프라임존은 1000원이 더 비싸다. 이에 부각된 것이 ‘메뚜기족’이다.

‘메뚜기족’은 영화 시작 전 자신의 자리에 앉지 않고 비어 있는 좋은 자리에 앉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그런데 요즘엔 저렴한 가격대의 좌석을 구매한 후 더 비싼 자리로 옮기는 것이 돼 버린 셈이다. 결국 제값에 티켓을 주고 산 관객들은 바보가 돼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CJ CGV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관객들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유인즉슨 가격 차등세를 실시한 이후 ‘메뚜기 족’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예전보다 커지고 있진 않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전국 CGV를 관리하고 있지만 가격 조정 실행 이후 고객들의 불편함이 늘어나고 있진 않은 상황이다. 또한 영화 상영 중 자리를 옮기는 사람에게 직원이 지적을 하게 되면 다른 고객들에게도 불편함을 끼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냥 손을 놓고 있진 않을 거라는 말도 전했다. 극장 관계자는 “만약 ‘메뚜기족’으로 인해 관객들의 불만이 높아진다면 대책을 세울 것이다”라며 “CGV를 찾아주시는 관객 분들은 대부분 극장 매너를 잘 지켜주시고 있다. 저희도 더 좋은 환경을 마련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전했다.

예전엔 자리를 막 옮기면 싫은 눈치를 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젠 금액이 다르다. 설사 그것이 1000원~2000원의 차이라도 바른 방법으로 티켓을 구매한 소비자가 손해를 보게 해선 안 된다. 소를 잃기 전에 외양간을 먼저 고쳐야 하지 않을까. 예전보다 더 단단하게 말이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