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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아나운서의 한글사랑, 사진전 ‘텍스토그램’ 결실

입력 | 2016-03-02 03:00:00

강재형씨, 나라말 뿌리 고찰 담아




‘훈민정음108_나랏말씀’(2015년). 훈민정음 영인본의 서문 108개 글자의 개별 촬영 이미지를 한데 겹친 뒤 색을 입혔다. 아터테인 제공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1954년 프랑스 문예지 ‘파리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당신의 예술이 갖는 역할과 기능은 무엇인가. 당신은 왜 사실 자체를 쫓는 기자 일을 그만두고 사실을 재료로 한 표현을 추구하는 작가가 됐는가”라는 질문에 “모든 사건과 존재를 재료로 삼아 어떤 사실보다 진실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8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살롱 아터테인에서 첫 사진 개인전 ‘텍스토그램’을 여는 강재형 씨(54)는 현직 아나운서다. 전시 작품에는 훈민정음 어제 서문을 중심으로 나라말의 뿌리에 대한 개인적 고찰을 담았다. 국립한글박물관에서 구한 훈민정음 영인본의 서문 108개 글자를 한 자씩 따로 촬영해 컴퓨터그래픽 프로그램으로 겹쳐 묶어 컬러 이미지를 구성했다.

유사한 이미지 합성 방법에 훈민정음 점자풀이 텍스트를 활용한 ‘훈맹정음’, 음운별 발음을 입 모양 사진으로 설명한 옛 자료를 쓴 ‘입꼴 그림’보다 눈길을 끄는 건 자신이 8세 때 쓴 글을 원고지에 옮긴 이미지로 작업한 ‘아기나무 & 나그네와 호랑이’다. 작품 옆 안내표의 QR코드를 통해 46년 전 이 글을 낭독한 앳된 목소리 녹음을 함께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오랜 세월 천착한 업(業)의 근본을 여러 각도에서 파고들어 새로운 무언가를 끌어내려 한 진정성은 오롯이 전해진다. ‘파리 리뷰’의 인터뷰 묶음은 2014년 ‘작가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02-6160-8445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