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편지글 입수 소개… 임신한 딸 향한 걱정-그리움 가득 딸집 찾아 직접 만든 버선본도 공개
70년 전인 1946년 이석희 여사가 친정어머니로부터 받은 편지(위쪽 사진)와 버선본(아래 사진). 진한 모정이 배어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해가 갈수록 엄마에게 더 의지가 되는 건 아들보다 딸이라고 했던가. 자신의 생일에 갑자기 친정을 찾은 딸에게 건넨 엄마의 편지에 애틋함이 묻어난다.
일제강점기 양반가에서 태어난 딸에게 70년 전 보낸 어머니의 편지가 공개됐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최근 발행한 웹진에서 2년 전 100세를 맞은 이석희 여사에게서 입수한 편지글을 소개했다. 이 여사는 조선말기 규장각 부제학을 지낸 애국지사 이범세 선생(1874∼1940)의 딸이다.
이 여사는 편지와 함께 어머니에게 받은 버선본을 박물관에 기증했다. 버선본은 버선을 만들기 위해 모양을 뜬 종이로, 일종의 밑그림 역할을 한다. 이 여사의 어머니는 딸의 집에 찾아와 버선본을 손수 만들어놓고 갔다. 박혜령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양말이 없던 시절 온 가족의 버선을 짓는 건 엄마들의 몫이었다”며 “기증된 버선본에는 가족의 건강을 비는 모친의 글씨가 곱게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