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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전 편지 속에 담긴 애틋한 ‘母女之情’

입력 | 2016-03-02 03:00:00

국립민속박물관 편지글 입수 소개… 임신한 딸 향한 걱정-그리움 가득
딸집 찾아 직접 만든 버선본도 공개




70년 전인 1946년 이석희 여사가 친정어머니로부터 받은 편지(위쪽 사진)와 버선본(아래 사진). 진한 모정이 배어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아쉽게 떠나던 그날, 비 내리는 중에도 염려됐는데 잘 갔다니 다행이다. 갑작스레 만나서 보고 싶던 정도 나누지 못했는데 차는 어이 그리 빨리 가니. 창을 붙들고 보려고 해도 안 보이더라. 나중에 얼굴만 보았다. 너만 괜찮으면 좋다.”(1946년 편지)

해가 갈수록 엄마에게 더 의지가 되는 건 아들보다 딸이라고 했던가. 자신의 생일에 갑자기 친정을 찾은 딸에게 건넨 엄마의 편지에 애틋함이 묻어난다.

일제강점기 양반가에서 태어난 딸에게 70년 전 보낸 어머니의 편지가 공개됐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최근 발행한 웹진에서 2년 전 100세를 맞은 이석희 여사에게서 입수한 편지글을 소개했다. 이 여사는 조선말기 규장각 부제학을 지낸 애국지사 이범세 선생(1874∼1940)의 딸이다.

편지의 엄마는 온통 셋째를 임신한 딸자식에 대한 그리움과 걱정뿐이다. “회충은 없어졌느냐. 비자가 특효약이긴 하나 독하니 먹지는 말아라. 대신 배에 헝겊이라도 대서 바람 안 들도록 주의하거라. 가족들 모두 여전하고, 아이들은 건강하냐. 먼데 다니지 말고 무엇이든지 이고 다니지 말아라. 배급 쌀도 돈 들여서라도 사람 불러서 들게 해라. 허투루 듣지 말아라.”

이 여사는 편지와 함께 어머니에게 받은 버선본을 박물관에 기증했다. 버선본은 버선을 만들기 위해 모양을 뜬 종이로, 일종의 밑그림 역할을 한다. 이 여사의 어머니는 딸의 집에 찾아와 버선본을 손수 만들어놓고 갔다. 박혜령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양말이 없던 시절 온 가족의 버선을 짓는 건 엄마들의 몫이었다”며 “기증된 버선본에는 가족의 건강을 비는 모친의 글씨가 곱게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