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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好통]‘조성진 효과’는 클래식 대중화의 호기

입력 | 2016-02-04 03:00:00


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연주 하고 있는 조성진. 크레디아 제공

김동욱 기자

내 귀를 의심했다. 2010년 어느 날 한 분식집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바로 옆 직장인들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됐다. 그들은 피겨스케이팅 얘기를 하고 있었다. “일본 선수 트리플 점프 회전수가 부족한 것 같아.” 평범한 직장인들이 피겨스케이팅을 대화 주제로 삼다니….

‘피겨 여왕’ 김연아(26)가 등장한 이후 많은 사람들이 피겨스케이팅의 기술과 선수들 이름까지 꿰게 됐다. 스케이팅을 배우는 사람이 많아졌고, 대회 시청률과 인터넷 영상 조회수도 크게 늘었다. 10년 전 비인기 중의 비인기였던 피겨스케이팅이 김연아 한 명으로 크게 달라졌다.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2)가 한국 체조에 끼친 영향도 마찬가지다.

7년 넘게 현장에서 두 선수를 취재했던 기자의 눈에는 요즘 피아니스트 조성진(22)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그가 참여한 2일 갈라 콘서트는 2회 모두 매진됐고, 5000여 명이 연주회를 봤다. 대부분 여성 관객으로 20, 30대가 65% 이상을 차지했다. 종전 클래식 관객이 40대 이상 남성이 주류였던 만큼 새로운 팬들이 등장한 셈이다.

조성진 열풍에 클래식계도 모처럼 웃었다. 음반사 워너클래식 측은 “조성진은 침체기를 지나던 클래식 시장에 생생한 활기와 생명력을 불어 넣어준 ‘산소호흡기’ 같은 존재”라고 전했다. 한 음악평론가는 “조성진을 통해 클래식을 처음 접하고 좋아하게 된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조성진이 김연아와 손연재처럼 그 분야 전체를 살릴 수 있는 존재로 떠오른 셈이다.

하지만 조성진의 인기를 곧 클래식의 인기, 대중화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2014년 김연아의 은퇴 이후 피겨스케이팅은 다시 비인기 종목으로 돌아갔다. 빙상장 같은 기반 시설 확충은 물론이고 저변도 확대되지 못했다. 김연아 한 명에게 너무 의존해서다. 체조계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이후 손연재의 은퇴 여부를 두고 벌써부터 걱정이 많다. 손연재 은퇴가 리듬체조 인기의 퇴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클래식 관계자들은 “이대로 조성진이 잘 커서 클래식 대중화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클래식의 대중화는 조성진 한 명의 힘으로는 불가능하고, 잠시 클래식의 인기를 높일 순 있겠지만 금방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조성진을 통해 클래식을 널리 알린 지금이 바로 대중화의 기회다. 이번 조성진 콘서트는 20, 30대 젊은층이 얼마든지 클래식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들에게 파고들 수 있는 다양한 기획과 공연, 손쉽게 클래식을 접할 수 있는 작은 공연장 확충을 고심해야 할 때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