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검사외전’으로 다시 관객을 찾는 배우 강동원. 자신의 영화가 한·중·일 3국에서 동시 개봉하는 날을 꿈꾼다는 그는 “나만의 길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사진제공|쇼박스
‘검은 사제들’부터 ‘마스터’까지 쉼없는 질주
영화 찍고 영화하는 사람들과 또 영화얘기
“‘검사외전’ 작정하고 도전해 신나서 해냈다”
강동원이 말했다.
“나만의 길을 만들고 싶다. 선배들이 닦아놓은 길을 묵묵히 걸어가기는 싫다.”
자신만만한 이 배우는 어떤 ‘길’을 꿈꾸고 있을까.
만약 강동원의 ‘뇌 지도’를 그린다면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할 키워드는 ‘영화’가 분명하다.
“(영화를)쉴 이유도 없고, 쉬고 싶지도 않다. 쉰다고 할 일도 없다. 중독이라고 할 만큼 온통 영화뿐이다. 다른 건 귀찮다. 내 이미지가 소비되는 걸 극도로 꺼리는 이유도, 그런 부분을 아껴서 영화를 더 많이 찍고 싶어서다.”
지난해 11월 ‘검은 사제들’의 흥행, 불과 3개월 만에 내놓는 새 영화 ‘검사외전’, 2월 말까지 촬영하는 또 다른 영화 ‘가려진 시간’, 뒤이어 4월 초 시작하는 ‘마스터’까지. 강동원은 오직 영화 안에서 질주하고 있다. 여기에 영화를 직접 기획하는 일까지 준비 중이다. “영화 찍고, 영화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술자리에서 또 영화를 얘기하는” 삶이 요즘 일상이다.
영화로는 자주 만나지만 실제 생활은 냉정하리만치 베일 속이다.
때론 팬들의 아우성이 들린다. 손가락 하트 정도는 만들어 보여줄 수 있지 않느냐는 식의 주문이다. 그럴 때면 강동원은 “내 영화는 봐주되, 다른 스타의 팬을 하라”고 맞선다. ‘나쁜 남자 스타일’이라고 하자 “최근 새로 생긴 10대 팬들은 나에게 적응 못 한다”며 웃었다.
강동원은 ‘티켓파워’에서 빼놓기 어려운 배우가 됐다. 2월3일 개봉하는 ‘검사외전’(감독 이일형·제작 사나이픽쳐스)으로 그 명성이 이어질 가능성은 크다. 그는 “작정하고 도전했고 신나서 해냈다”고 돌이켰다. 확신을 갖고 참여한 영화인만큼 자신감이 넘친다.
“관객을 웃기겠다는 각오였다. 잘 해낸다면 관객이 나를 새롭게 볼 거라 여겼다.”
영화는 누명을 쓴 검사(황정민)가 교도소에서 만난 사기꾼(강동원)과 손잡고 벌이는 통쾌한 복수극이다. 강동원은 그동안 코미디 연기로 인정받은 여러 배우들이 ‘위기의식’을 느낄 정도로 발군의 실력을 뽐낸다. 어설픈 영어 발음으로 “후 아 유”라고 묻는 강동원의 첫 등장부터 웃지 않고는 버티기 어렵다.
강동원은 얼마 전 ‘외유’를 했다. 친한 친구인 가수 주형진의 신곡 ‘비밀을 말하다’ 뮤직비디오에 출연했고, 이를 두고 “의리있다”는 시선도 받았다. 그는 “의리는 가장 싫어하는 단어 중 하나”라며 선을 그었다. 이유가 분명하다.
“날 좋게만 봐 준다면 어디서 나쁜 일 못하잖나. 적당히 나쁘게, 적당하게 봐주길 원한다.
인터뷰를 위해 마주앉은 테이블 위에는 강동원이 “어제 마트에서 싸게 팔기에 샀다”는 사탕 상자가 놓여 있었다.
“장을 직접 본다. 혼자 산 지 벌써 19년째다. 요리 시작한 지는 10년쯤 됐다.”
부모님께는 나름 아들 몫을 하는 눈치였다. ‘설에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냐’고 물었더니 “용돈은 늘 드린다”고 답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