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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새 성장판을 열어라

입력 | 2016-01-01 03:00:00

조선-화학 등 주력업종 성장판 닫혀… 구조개혁 못해 세계경기침체에 휘청
新성장엔진 찾아 산업재편해야 희망




첨단산업에 2016 도약의 서광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신성장동력을 발굴하지 못하고 구조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친 한국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주력 산업들이 기술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하고, 로봇산업 등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도록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KAIST의 인간형 로봇 ‘DRC-휴보+’가 2016년 건승을 기원하는 뜻으로 ‘V’자를 만들어 동아일보 독자들에게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 휴보의 걸음을 다중 노출 촬영한 사진과 휴보가 손전등으로 쓴 ‘2016’ 빛의 궤적을 촬영한 사진 등을 합성해 만들었다. 신원건 laputa@donga.com·장승윤 기자

2015년 12월 22일 울산 남구 석유화학공단의 한 중소 화학업체. 중국 회사들의 저가 공세에 밀려 시장 점유율이 급감한 이 회사의 세밑 분위기는 무거웠다. 2015년 이 회사의 평균 공장가동률은 35∼40%에 그쳤다. 이 회사 대표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직원들을 다 내보내고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세계 1위의 자부심이 넘쳐났던 울산 조선업계에는 연쇄 도산의 불안감만 남아 있다. 대기업 조선사의 구조조정으로 일감이 준 하청업체들은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얼마 전 한 하청업체 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중국 등의 추격과 잦은 파업에 시달리는 자동차업계도 힘든 연말을 보내고 있었다. 울산 북구 효문공단 내의 현대자동차 협력사인 A사의 공장 생산 라인은 일주일째 멈춰 2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현대차 노조가 하루 4시간씩 부분파업에 돌입하는 바람에 울며 겨자 먹기로 조업 중단을 선택했다. A사 대표는 “울산은 조선, 자동차, 화학의 3대 산업 중 1개가 어려워지면 나머지 2개로 버티는 구조였지만 지금은 3개 업종 모두 ‘언제 망할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싸여 있다”고 말했다.

1962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발표와 함께 특별공업지구로 지정돼 ‘한강의 기적’을 이끈 산업수도 울산의 현주소는 경제개발 50여 년 만에 성장판이 닫혀 가는 한국 경제의 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구조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친 한국 경제가 세계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비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12월 31일 기획재정부와 민간 경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2015년 경제성장률이 2%대에 그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올해도 경제가 살아나지 못하는 ‘L자형’ 저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주력 업종의 부진은 대기업과 수많은 하청 회사로 구성된 한국형 경제의 아킬레스건이다. 2014년 국내 기업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0.6% 느는 데 그쳤다. 가계소득 증가율은 10년 새 반 토막이 났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한계기업의 구조조정 같은 ‘땜질 처방’으로 버틸 수 있는 임계점을 넘었다고 지적한다.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지 말고 시대에 맞게 주력 산업을 바꿔 나가는 경제 구조 개혁과 산업 재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업인들이 고 이병철 정주영 등 한국 경제 1세대 창업가의 도전정신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으로 틀을 깨는 과감한 혁신에 나서는 기업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규제의 벽을 허무는 일도 중요하다.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연구실장은 “한국은 주력 산업의 정체로 마이너스 성장까지 고민해야 할 위기”라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산업구조를 재편하는 특단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포항=손영일 scud2007@donga.com·김철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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