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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조 금융 황제’ 박현주 “여전히 갈증 느낀다”

입력 | 2015-12-29 03:00:00

8년만에 공식간담회… 100분간 추가 M&A 등 포부 쏟아내




“삼성 같은 금융회사를 만들려면 ‘불가능한 상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병철, 정주영 회장 등 선대들은 불가능한 꿈을 꾸고 도전했기에 지금의 삼성, 현대를 만들었다.”

28일 오전 10시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57)이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포시즌스호텔’에서 100여 명의 기자들 앞에 섰다. 박 회장이 2007년 11월 이후 8년여 만에 처음으로 공식 기자간담회를 가진 자리였다. 포시즌스호텔은 미래에셋이 5300억 원을 투자해 올해 10월 광화문 한복판에 문을 연 세계 최고급 호텔 체인. 이곳에서 검은 뿔테에 회색 양복 차림의 박 회장은 1시간 40여 분 동안 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것과 관련한 감회와 포부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1997년 맨주먹으로 미래에셋을 창업한 뒤 18년 만에 증권업계 1인자로 우뚝 선 박 회장의 ‘신화’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 “기업은 투자로 먹고사는 생물”

박 회장은 이날 ‘투자의 중요성’, ‘발상의 전환’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미래에셋의 결정은 한국경제에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절실함에서 나온 선택”이라며 “대우증권과의 합병을 통해 한국 금융산업과 자본시장의 DNA를 바꿔 보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저성장, 고령화, 내수 부진, 수출 활성화 등 한국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투자밖에 없다”며 “기업은 투자로 먹고사는 생물과 같은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당장은 실패하지 않겠지만 천천히 도태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미래에셋이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는 부동산 투자에 대한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도 박 회장은 “내수산업을 육성하자는 얘기가 20∼30년간 나왔지만 그동안 5성급 호텔을 새로 세운 곳은 미래에셋밖에 없다. 이것이 금융의 역할”이라고 일침을 놨다.

그는 올해 미국 하와이, 샌프란시스코의 ‘페어몬트 호텔’을 잇달아 사들인 것을 “시간이 지나면 가치를 더하는 피카소의 그림을 산 것”이라고 표현하면서 “왜 강원도를 일본 홋카이도처럼 만들지 못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내 금융회사들이 자산의 1, 2%씩만 투자해도 50조 원 이상을 한국 관광 인프라산업에 투자할 수 있다”며 “금융이 사회에 기여하는 부분을 적극 찾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향후 해외 금융회사 인수합병(M&A)에 대한 추가 계획도 내비쳤다. 그는 “증권사는 자본금 규모가 커질수록 투자를 확대하고 리스크 관리도 잘 할 수 있다”며 “통합 법인의 자기자본이 약 8조 원이 됐지만 여전히 갈증이 있다”고 말했다.

○ “미래+대우 케미 좋아, 오히려 점포 늘릴 것”

미래에셋과 대우증권은 증권사 중에서도 특색이 두드러진 곳으로 합병 이후 두 회사가 어떻게 화학적 결합을 이뤄낼지도 관심거리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자산관리에 강한 미래에셋과 투자은행(IB) 브로커리지(위탁매매)가 강한 대우증권은 ‘케미’(화학적 성질)가 굉장히 잘 맞는다”며 “두 회사의 시너지가 ‘1+1’이 3, 4, 5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날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장중 15%대로 급등한 끝에 전 거래일보다 9.67% 오른 2만1550원에 마감했다.

대우증권 노동조합 등에서 나오고 있는 합병 이후 구조조정 우려에 대해서는 “그동안 금융권 합병 이후 구조조정 사례는 참고하지 않겠다”면서 “한국 증권산업이 레드오션의 사양산업이 아니라 연금시장 성장, 정부의 자본시장 개혁 등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산업임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과 대우증권을 합하면 고객 예탁자산은 210조 원대, 국내 점포는 177개로 불어난다. 박 회장은 “현재 자산 300조 원대인 시중은행의 전국 지점이 1000개 안팎임을 감안하면 통합 법인의 점포를 오히려 250개로 늘릴 수 있다”며 “후배들인 대우증권 직원들에게 상처가 아닌 기회를 주려 한다”고 덧붙였다.

대우증권과 함께 인수하게 된 산은자산운용에 대해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헤지펀드 운용사, 대체투자에 특화된 회사로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