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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 굴려주는 랩어카운트에 90조

입력 | 2015-12-24 03:00:00


증권사들이 개별 금융상품을 판매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주식, 펀드, 채권,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금융상품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서 운용해주는 ‘맞춤형 랩어카운트’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각 사 제공

국제유가 급락, 미국 금리인상 등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 서비스인 ‘맞춤형 랩어카운트’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랩어카운트는 증권사가 고객 특성과 시장 환경에 맞춰 투자 포트폴리오를 짠 뒤 알아서 운용해주는 구조다. 다양한 금융상품에 분산투자할 수 있는 데다 전문가들이 사후관리도 해줘 ‘재테크 스트레스’가 커진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 맞춤형 랩, 90조 원대 육박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증권사의 맞춤형(일임형) 랩어카운트 잔액은 89조2033억 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17조5600억 원 이상 급증했다. 지난 한 해 전체 잔액이 3조6400억 원가량 늘어났던 것과 비교하면 올 들어 빠른 속도로 시장이 커졌다.

삼성증권의 대표 랩어카운트인 ‘POP UMA’는 올 들어서만 2조 원이 몰렸고 한국투자증권의 ‘한국투자마이스터랩’은 올해 5월 선보인 뒤 지난달 말까지 2555억 원이 판매됐다.

랩어카운트는 증권사가 주식, 펀드, 채권,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상품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서 자산관리를 해주는 방식이다. 본사 리서치센터와 상품부서의 전문가들이 시장 상황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면 영업점 프라이빗뱅커(PB)들이 이를 바탕으로 고객 요구에 맞게 일대일 맞춤형 자산관리를 해주는 구조가 많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분산투자 효과가 크고 꾸준한 포트폴리오 조정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달성하면서 올해 가입자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증권사들은 랩어카운트 가입 문턱을 낮추고 있다. 1억 원 안팎이던 최소 가입금액이 2000만∼3000만 원대로 낮아졌다. 최근엔 월 10만∼20만 원대로 투자할 수 있는 적립식 랩어카운트도 선보이고 있다.

○ “랩 수수료도 성과와 연계”


NH투자증권이 7월 선보인 랩어카운트 ‘NH트리플A’는 ‘NH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운용되는 게 특징이다. NH포트폴리오는 NH투자증권이 2년간 개발한 자산관리 솔루션으로, 수익 달성뿐만 아니라 위험 관리에 초점을 맞춰 설계됐다.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와 금융상품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산배분전략위원회는 수시로 NH포트폴리오를 모니터링한다. 박득현 NH투자증권 랩운용부장은 “시스템적으로 투자자산의 일정 부분 이상을 분산하게 돼 있다”며 “추가 수수료 없이 포트폴리오 내 투자자산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어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한 자산배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의 ‘POP UMA’는 고객들이 상품에 가입할 때 한번에 판매수수료를 내지 않고 분기별로 사후관리 수수료를 내는 수수료 체계를 도입한 게 특징이다. 이를 통해 PB들이 상품 판매보다 수익률 관리에 집중하도록 했다.

미래에셋증권의 ‘프리미어멀티랩’도 운용 성과를 직원 평가 및 보상에 반영하고 있다. 랩계좌의 수익률이 올라가면 담당 직원의 보상도 늘어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신한금융투자의 ‘신한EMA’는 고객이 전화 한 통으로 랩 계좌 내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펀드매니저 자격증을 포함해 금융전문자격증 4개를 보유한 ‘EMA 매니저’만이 신한EMA를 운용할 수 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