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서 한국만 먹어, 고기 속 영양소 고스란히 … 냉동은 단면이 직사각형, 진짜는 둥글
육회는 소고기를 얇게 저며 양념에 날로 무친 것으로 동아시아권에선 한국이 유일한 섭취국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만 먹다보니 육회를 뜻하는 마땅한 외래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육회 번역에 대한 혼란을 막기 위해 육회를 생소고기란 뜻의 ‘비프 타르타르(Beef Tartare)’로 부르기로 결정했다. 타르타르란 이름은 프랑스에서 먹는 말고기 육회에서 따왔다. 프랑스인들은 뵈프 타르타르, 뵈프 스테이크 타르타르, 타르타르스테이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말고기 육회를 칭한다.
타르타르는 중국 북부지역부터 중앙아시아에 걸쳐 거주하는 유목민족 타타르족이 먹는 육회에서 유래됐다. 타타르족은 중세시대부터 날고기를 갈아 소금, 후추 등 향신료를 첨가해 버무려 먹었다. 이들은 터키계 민족으로 18세기 중앙아시아와 중국 신장 지역으로 이주해 왔다. 타타르족의 요리는 한국의 육회와 프랑스의 타르타르의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타르타르만 이름도 타타르족에서 기원한 것이다.
국내에서 육회를 먹은 역사는 길다. 조선시대 중기 실학자 이수광이 1614년 쓴 ‘지봉유설’(芝峰類說)에는 ‘중국인들이 익히지 않은 고기를 먹는 조선인을 보고 화를 내거나 놀렸다’고 적혀져 있다. 19세기 초반 문신이었던 서유구는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를 통해 ‘어생(魚生)과 육생(肉生)을 잘게 썬 것을 모두 회(膾)라고 부른다’고 기록했다.
육회는 일반적으로 소 엉덩이 살인 우둔살과 홍두깨살을 이용한다. 우둔살은 다른 부위에 비해 지방이 적고 살이 연하며 담백한 게 특징이다. 홍두깨살은 우둔살 옆면에 원통 모양으로 길게 붙어 있는 부위로 다듬이질할 때 사용한 홍두깨 방망이와 비슷해 이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지방이 거의 없는 살코기 덩어리로 단단하면서 결대로 잘 찢어져 장조림용으로도 쓰인다. 일부 고급 육회집에서는 지방이 좀더 풍부하고 조직이 부드러운 채끝살을 사용하기도 한다. 채끝살은 우둔살과 홍두깨살보다 나오는 양이 적어 고급육으로 꼽힌다.
경북 영천시 편대장영화식당의 편철권 대표는 “육회용 소고기는 사후경직 상태가 지나고 12시간 이상 숙성된 것을 사용해야 근육이 부드러워진다”며 “500㎏짜리 소를 잡아도 육회거리는 15~20㎏에 불과해 육회는 귀한 음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육회용 소고기의 힘줄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으면 씹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소의 살코기만 육회로 먹는 건 아니다. 염통, 콩팥, 천엽 등 내장도 육회로 이용한다. 내장 육회는 ‘갑회’(甲膾) 또는 ‘각색회(各色膾)’라 부른다. 육회는 얇게 썰어 양념에 찍어먹는 육사시미와 엄밀히 다르다. 육사시미는 육회보다 신선한 고기를 사용해야 피맛이 덜나고 맛이 좋다. 최근 육사시미의 사시미가 일본어로 ‘회’를 뜻하는 말이기 때문에 일부에서 바꿔 부르자는 움직임이 있다. 양념에 무치는 육회는 ‘육회무침’, 날소고기에 양념장을 찍어 먹는 육사시미를 ‘육회’로 칭하자는 것이다. 예부터 대구 등 경북 일대에서는 육사시미를 ‘뭉티기’, 전라도 지역에서는 ‘생고기’라고 부르고 있다.
취재 = 현정석 엠디팩트 기자 md@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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