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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바느질해온 어머니, 손가락 비틀어지고 눈까지 멀어…”

입력 | 2015-12-16 15:48:00

장편 ‘바느질하는 여자’ 소설가 김숨 인터뷰




김숨 작.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소설가 김숨 씨(41)는 최근 문단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아온 작가다. 2년 전 한 해에 대산문학상과 현대문학상을 한꺼번에 거머쥐더니 올 들어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굵직한 문학상이 한 작가에게 몰린 셈이다.

그가 장편 ‘바느질하는 여자’(문학과지성사)를 냈다. 그는 소설 속에서 가족 관계를 집요하게 탐색해온 작가다. 새 소설에서도 여성 3대의 가족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여성들은 바느질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이다. 16일 만난 작가는 “늘 바느질이 숭고하다고 생각했다. 생과 사를 다루는 일이어서”라고 했다. 사람은 태어나 가장 먼저 배냇저고리를 입고, 죽음의 끝에서 수의를 입는다. 그 옷들에 깃든 행위가 바느질이라는 것이다.

동경해온 바느질 행위에 대한 소설을 쓰겠다고 마음먹고 작가는 바느질 공방을 찾아갔다. 전통바느질 기법인 ‘누비’를 배웠다. 누비는 3㎝의 누비 바늘로 0.3㎝의 바늘땀을 촘촘하게 놓는 작업이다. 엄청난 인내와 절제를 요구한다. 소설에서 평생 누비 바느질을 하면서 딸들을 건사한 어머니 수덕은 손가락이 비틀어지고 몸이 굳다가 종내는 눈까지 멀게 된다. 바느질 행위는 그만큼 고되다. “광목, 명주 등 옷감 구분하는 법부터 배웠다. 누비 바느질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한 뼘 뜨는데 한 시간이 가더라. 그야말로 장인이 아니면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바느질하는 여자’는 김 씨의 일곱 번째 장편이다. 한국문학이 단편 위주로 생산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그의 활발한 장편 작업은 돋보인다. 더욱이 이 작품은 원고지 2200매로 일반적인 장편 분량(원고지 1000매 정도)보다 2배 이상 많다. 작가는 장편 쓰기가 갈수록 재미난다면서, 그 작업이 바느질 행위와 비슷하다고 했다. 둘 다 손을 쓴다. 혼자 한다. 많은 시간이 든다. 앉아서 일정 시간을 버텨내야 한다. 익숙해졌다고 해서 작업이 빨라지는 것도 아니다. 소설에서 수덕이 손으로 만들어내는 옷은 1년에 대여섯 벌 정도다. 소설 쓰기도 마찬가지다. 기계적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김 씨는 “그게 예술인 것 같다”고 했다. 수덕이 새벽에 일어나 바느질을 하고, 다른 것에 관심두지 않고 바느질에만 몰두하는 것처럼 작가도 이른 아침 일어나 글쓰기를 하고, 별다른 취미생활 없이 소설에 몰입해 왔다. “바느질이 취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배워보니 너무 힘들어서 안 되겠더라”면서 그는 조용히 웃었다.

‘바느질하는 여자’에서는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손바느질의 시기를 지나 양장점이 등장하고 기성복을 입는 시대가 되기까지의 시대사가 펼쳐진다. 나이든 할머니가 이야기를 들려주듯 작가는 할머니와 어머니, 딸들의 바느질 얘기를 두런두런 들려준다. 뛰어난 바느질 실력에도 불구하고 알려지지 못해 침선장으로 지정되지 못하고 근근이 살아가지만, 소설에서 바느질하는 여자들의 예술 혼은 오롯하다.

집중된 문학상 수상 뒤의 변화를 묻자 작가는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칭찬을 받고 나면 기운이 나는 게 사실이다. 더 잘 써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소설을 쓴다는 게, 어떤 가시적인 목표를 갖고 그것을 이루고자 하는 과정과는 다르다. 굳이 목표라면, 한 편 한 편 써나가면서 더 나은 예술을 성취한다는 것일 게다.” 그 또한 소설에서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면서 아름다움을 일구는 여성들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