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김희진이 13일 흥국생명과의 3라운드 홈경기에서 올 시즌 V리그 여자부 첫 번째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이로써 김희진은 ‘살아있는 전설’ 황연주, 김연경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스포츠동아DB
광고 로드중
■ 여자선수 3번째·통산 8번째 ‘트리플 크라운’
황연주·김연경 2명만 보유한 대기록
큰 공격·빠른 공격 가능한 미들블로커
체력훈련으로 파워·타점 매시즌 성장
IBK기업은행 김희진(24)이 마침내 올 시즌 첫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13일 화성에서 벌어진 흥국생명과의 ‘2015∼2016 NH농협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홈경기에서 국내여자선수로는 3번째이자, 통산 8번째 대기록을 세웠다. 외국인선수까지 포함하면 역대 53번째다. 이날 28득점, 36%의 공격점유율, 40%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한 김희진은 백어택, 블로킹, 서브를 각각 3개씩 성공시켰다. V리그 12시즌 동안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토종여자선수는 황연주(29·현대건설)과 김연경(27·페네르바체)뿐이었다<표 참고>. 황연주가 2011년 10월 23일 흥국생명전에서 달성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만큼 V리그의 전설급 공격수에게만 허락된 ‘좁은 문’이었다. 이제 스물네 살인 김희진은 V리그 5시즌 만에 그 문을 열고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고 한다.
● 언젠가는 할 것으로 믿었지만 기대보다 늦었던 트리플 크라운
광고 로드중
토종선수 가운데 김희진만큼 백어택, 블로킹, 서브 능력을 두루 갖춘 선수가 드물기에 “언젠가는 할 것”이라고 배구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더욱이 올 시즌 드래프트로 V리그에 데뷔한 외국인선수들의 서브가 눈에 띄게 약해 김희진은 유력한 트리플 크라운 달성 후보였다. 김희진은 “이전에 한두 번 기회가 있었는데 놓쳐서 내게는 기회가 오지 않을 줄 알았다. 사실 흥국생명전에는 큰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서브가 연속 3개 터지면서 됐다”고 기록 달성의 순간을 떠올렸다.
올 시즌 팀이 예상 밖으로 흔들려 고민이 많은 이정철 감독은 흥국생명전 승리로 2개의 성과를 얻었다. 상위권 경쟁자 흥국생명에 3연승을 거뒀다. 승차는 2승으로 좁혔고, 승점차는 2로 더 촘촘해져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또 그동안 부침이 심했던 김희진이 트리플 크라운을 계기로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많은 기대는 심리적 부담이 되다!
김희진은 현재 한국여자배구를 대표하는 공격수 가운데 한 명이다. 루키였던 2011∼2012시즌 265득점을 기록한 이후 423∼514∼516득점으로 매 시즌 눈에 띄는 발전을 이뤄왔다. 체력훈련을 통해 파워와 타점도 향상시켰지만, 지난 시즌부터 상대의 빈틈을 보는 눈이 확연히 좋아졌다. 이정철 감독이 자주 말하던 ‘성장’이었다.
광고 로드중
그런 화려한 전적이 있었기에 모두들 올 시즌은 김희진의 해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의외로 부진했다. 성적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에이스가 중심을 잡아주지 못하자 IBK기업은행 또한 예상했던 만큼 앞으로 치고나가지 못했다. 김희진은 “심리적으로 부담이 컸다. 지난 두 시즌 동안 좋았고, 지난해에는 외국인선수 없이도 잘 해냈고, 대표팀에서도 잘 해서 기대가 컸는데 이것이 나를 압박했다”고 털어놓았다.
게다가 팀의 필요에 따라 센터와 라이트를 오가는 포지션 변경으로 해야 할 것도 많았다. 윙 공격수에게 필요한 큰 스윙과 센터 공격수에게 필요한 짧고 간결한 스윙을 두루 익히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공격 때 바라보는 상대 수비수의 위치도 달라야 했고, 여러 가지 생소함이 김희진에게 더 많은 고민을 요구했다. “아직 다 이겨내지 못했다. 지금도 많은 조언을 듣고 교정하고 있다”는 김희진은 매일 야간훈련을 통해 스윙을 바꾸고 있다.
● 우리 팀의 부진은 모두 내 책임
중앙 공격수에서 윙 공격수로의 변신. 김희진은 이정철 감독의 지시를 “좋지만 부담스럽고, 그러면서도 감사하다”고 표현했다. 그동안 윙 공격수로 욕심이 있었다고 했다. “센터 공격수보다는 윙 공격수가 코트에 더 오래 있을 수 있다. 항상 해보고 싶었던 자리”라고 밝혔다. 아직은 완전하지 않지만 더 완벽한 배구선수가 되기 위해 많은 것을 하겠다는 의지가 넘친다. 김희진은 “기록에는 큰 욕심이 없다. 기록을 쫓다보면 팀보다는 개인을 앞세우게 된다. 단지 윙 공격수로 황연주, 김연경 선배 다음으로 잘 하는 선수라는 인상을 심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김희진은 “그동안 우리 팀의 조직력이 흔들린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모두 내 잘못이다. 내가 제대로 점수를 내주지 못하면서 우리의 플레이가 소극적이 됐다. 이제 나만 잘하면 된다”고 다짐했다. 첫 트리플 크라운 달성으로 받을 상금 100만원의 용도에 대해선 “우리 팀에서 처음 나온 기록이고 의미가 있어 동료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전날 같이 즐겁게 쓰겠다”고 밝혔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