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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틀’만 합의한 기술이전… 협상 차질땐 공군전력 비상

입력 | 2015-12-10 03:00:00

[한국형 전투기사업 어디로]




방위사업청이 미국과 ‘큰 틀’에서 합의한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의 21개 기술 이전은 원론적인 합의다. 미국 측이 이번에 ‘가능한 한 최대한도(Maximum Extent Possible)’로 KFX 사업 지원을 재확인했다고 방사청은 밝혔지만 후속 협상은 별개의 문제다. KFX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 공군의 전력 공백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치밀한 후속 협상 대비가 필요하다.

방사청 고위 관계자는 9일 “이번에 포괄적으로 합의한 기술 이전 항목에는 헬멧 시현장치(HMD) 통합기술, 항공전자시스템 운용프로그램(OFP) 설계기술, 공중급유장치 통제 설계기술 등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항전 및 통신기술 등 주요 기술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쌍발 엔진과 관련된 설계기술과 인력 지원, 공대지 미사일 피해 규모를 사전에 파악하는 프로그램도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쌍발 엔진은 KFX 사업 우선협상자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만들어본 경험이 없는 기술이다. 엔진은 전투기의 심장이나 마찬가지여서 향후 협상에서 얻어내야 할 핵심 기술에 해당한다.

공대지 미사일 피해 발생 예측 프로그램은 어떤 규모로 공격할지 결정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이 이전되면 미국이 각종 정보자산으로 수집한 북한의 전력 배치 정보까지 표현할 수 있다. 앞서 미국이 기술 이전을 거부한 4개 핵심기술 중 하나인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 통합 기술도 마찬가지다. AESA 레이더 통합 기술에는 이 레이더를 운용하는 모든 전투기가 얻은 각종 정보가 포함된다. 적기와 아군기를 분류한 정보도 들어온다. 따라서 AESA 레이더 통합 기술을 유럽 업체에서 도입한다면 이런 미국의 정보는 얻을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미국으로서는 이 기술을 넘겨준다는 것은 ‘헤게모니’의 일부를 넘겨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협상에서 난항이 예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방사청 고위 관계자는 “11월 안에 모든 기술 이전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알렸던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방사청은 기술 이전이 안 되더라도 KFX를 만들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태도를 나타냈다. KAI에서 KFX 사업추진 본부장을 맡고 있는 장성섭 부사장은 “지금의 협상은 10년 6개월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가급적 리스크를 줄여 개발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술 이전이 거부되면 별도 협상으로 장비를 통째로 구매해 장착하고, 이후에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주요 장비를 국산화한다는 구상이 깔려 있는 셈이다.

방사청은 이번 협상을 바탕으로 KFX 사업에 착수한다는 방침 아래 16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개발에 대한 종합계획을 의결할 계획이다.

국방부 정책실은 18조 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가는 KFX 사업을 적극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이번 협상단에 육군의 이상명 KFX 사업단장(준장) 대신 공군의 백윤형 항공기사업부장(준장)을 보낸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결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KFX 사업은 공군 전력의 공백 문제와 직결된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한국의 적정 전투기 보유 대수를 430여 대라고 밝혔다. 올 10월 기준으로 이미 10여 대 부족한 상황이다. KFX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 북한을 압도하던 공군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군이 운용하는 F-4, F-5 계열 전투기는 도입한 지 40년이 넘었다. 이젠 매뉴얼에도 없는 결함까지 나올 정도다. 공군은 180여 대의 F-5 계열 전투기 중 120여 대를 2019년에, 나머지는 2025년까지 퇴역시킬 예정이다. F-4 계열 전투기 40여 대는 2019년까지 정리할 계획이다. 공군이 경공격기 FA-50 60여 대와 F-35A 40대를 도입하더라 2020년대 중반엔 적정 전투기 보유 대수에서 110여 대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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