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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있는 그대로 말하는 남자… 관계 생각하는 여자

입력 | 2015-12-07 03:00:00

Science Says: 남녀의 커뮤니케이션 방법 차이




급속한 여권 신장으로 남성 주도의 사회가 점차 남녀 동반 성장사회로 전환하면서 이성 간 대화의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과거엔 남성이 고위 지도층을 독식했지만 이제 여성이 대통령, 최고경영자, 장관 등 요직에 두루 진출하고 있다. 남녀 간 대화가 새롭게 주목받는 것은 여성의 고위직 진출과 함께 과거에는 소홀히 다뤄졌던 여성에 대한 성희롱이나 언어폭력이 부각되면서다. 여성보다는 남성이 이런 새로운 환경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 난감해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에 남녀 차이가 있다는 증거는 많다. 과학자들은 ‘화성남’ ‘금성녀’까지는 아니지만 남성과 여성은 대화 주제, 방식 등 다양한 면에서 차이가 난다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우선 남성과 여성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다르다. 과학자들은 남성은 신체폭력, 여성은 언어폭력을 주로 활용한다고 주장한다. 또 같은 언어폭력이라도 남성은 직접적으로 드러내놓고 상대방을 비방하지만 여성은 가십처럼 간접적인 ‘뒷담화’ 형태로 공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렇게 남녀 간 차이가 나는 것은 호르몬의 영향이 크다는 게 대부분의 연구 결과다.

○ 사회적 지위 확인 vs 대화 통해 교제

남성과 여성은 ‘진실’과 ‘관계’의 갈림길에서 각기 다른 길을 선택한다. 남성은 자신의 이야기로 향후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지 생각하기보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경향이 크다. 즉, 관계보다는 진실을 우선시하는 화법을 택한다. 반면 여성은 사실관계 여부보다는 대화 당사자 간의 관계가 커뮤니케이션 이후 어떻게 변화할지에 집중한다. 예를 들어 백화점에서 옷을 입어본 여성이 옷이 어울리는지를 남녀에게 묻는다고 하자. 옷이 어울리지 않을 경우 남성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지만, 여성은 상대방의 기분을 고려해 “괜찮다”고 답한다.

칭찬과 피드백도 마찬가지다. 여성들 사이에 칭찬하는 것은 의례적인 일이다. “오늘 프레젠테이션이 어떠했느냐”는 여성의 상투적인 질문에 ‘진실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남성은 보고서 내용을 장황하게 비판하는 경향이 있다. 여성은 자신의 말투나 패션 등과 같은 것이 어떠했느냐는 것을 겉치레로 물으면서 “좋았다”는 말을 듣고 싶었을 뿐인데 이를 알아채지 못한 남성은 진실을 고집한다.

관계를 중시하는 여성은 대화하면서 상대를 지지하고 편을 들어준다. 반면 남성은 대화하면서 상대 주장의 진실성을 따지려 한다. 이런 남녀 간 차이로 여성은 수다를 떨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지만 남성은 잘못하면 말다툼으로 이어진다. 남성은 사회생활에서 지위를 확보하는 게 최대 목표지만 여성은 지위보다는 관계를 중시한다. 같은 대화라도 남성은 투쟁적으로, 여성은 협조적으로 접근한다. 이는 남성이 상대적으로 자기 주도적이고, 여성은 공동체 지향적인 데다 상호 의존적인 성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성은 대화를 통해 자신의 지위를 확인하고, 여성은 대화를 통해 교제하려 한다.

○ 자아의식 강한 남성 vs 관계 지향적 여성

남성은 상호작용에서 권력에 민감하고 자신을 우월한 존재로 과시하려 하며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에게 강하게 반발한다. 따라서 남성은 자신의 지위를 과장하려 허세를 부리는 성향을 보인다. 남성이 유달리 ‘완장’으로 표현되는 사회적 지위에 집착하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남성에게 대화는 자존감을 유지하고 사회적 지위를 협상하거나 유지하는 주요 수단이다. 남성은 자신의 지식과 숙련도를 보여주거나 스토리텔링, 농담, 정보 전달을 통해 대화를 주도하면서 이를 성취한다. 어린 시절부터 남성은 대화를 활용해 주목을 받고 유지하는 방식을 배운다.

반면 여성에게 대화란 주로 관계를 맺고 이를 조율하는 활동이다. 이에 따라 여성은 서로의 유사성을 보여주고 서로 비슷한 경험을 공유했다는 걸 강조한다. 어린 시절부터 여성들은 튀거나 잘난 체하는 여성을 흠집 낸다. 관계가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또한 여성은 관계에 민감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며 자신도 배려받는 방식으로 소통한다. 남성은 튀어야 살고, 여성은 튀면 죽는 셈이다.

자아의식이 강한 남성과 관계 지향적인 여성 간에는 사용하는 어휘나 말하는 방식이 다르다. 남성의 대화 방식은 자기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고 경쟁적인 데 비해 여성은 상대방을 지지하고 관계 지향적인 특성을 보인다. 대화할 때 사용하는 어휘나 말하는 방식만 보더라도 의미 없는 허사나 감탄사를 사용하는 비율이 여성에게서 훨씬 높게 나타난다. 여성은 소위 ‘리액션’을 잘해서 좋은 관계를 만들고 유지시켜 가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 여성은 겸손, 남성은 자기 자랑

남성은 여성보다 상대방이 말하는 도중 잘 끼어들고, 명령이나 위협, 자랑을 많이 하는 편이다. 상대방의 요구를 잘 거절하고, 상대방에게 야유하거나 모욕감을 주기도 한다. 또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박진감 있게 이야기를 하며 농담을 좋아하는 등 대화를 주도하기를 원한다. 반면 여성은 상대방에 더 동조하고 협조하며, 말하는 것도 양보하고 상대방이 제기한 것을 인정하는 등 겸손한 성향을 보인다.

이는 소통에 대한 자신감과 자랑하는 정도에서 남녀 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행동이나 말과 글 같은 언어를 통해 자신감을 판단할 수 있다. 이 점에서 남성보다는 여성이 불리하다. 남성은 떠벌리거나 자랑하기를 좋아하지만 여성은 관계를 우선시하기에 나서지 않아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는 인상을 준다. 이러한 여성의 타고난 겸손함이 승진이나 실적 평가에서 남성보다 불리하게 작용한다.

사과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과하는 사람은 유약하고, 자신감이 없으며, 책잡힐 일을 한 것이라는 인상을 준다. 이 때문에 사회적 지위를 우선하는 남성은 사과를 굴복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관계를 중시하는 여성은 사과에 후한 편이다. 권력이라는 관점에서 상사가 아랫사람에게 사과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는 것도 좋은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다. 무엇을 선택하느냐는 자신의 성격과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커뮤니케이션에서 최상의 방법은 없다. 상황, 상대방, 문화, 언어 스타일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적절한 답을 찾아야 한다. 말이나 글과 같은 언어는 아이디어를 전달할 뿐만 아니라 대화 당사자 간 상대적 지위와 관계의 수준을 드러내준다. 또 커뮤니케이션에서 남녀 차이와 언어 스타일은 대화는 물론이고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적이나 성장 환경이 다양한 인재와 함께 살아야 하는 글로벌 시대에 상대방을 더욱 유연하게 해석하고, 이에 근거해 소통해야 할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허행량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hsignal@gmail.com

※이 기고문의 전문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190호(12월 1일 자)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