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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오른 ‘차이나 머니’ 모셔라”

입력 | 2015-12-07 03:00:00


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KEB하나은행 ‘인터내셔널 PB센터(IPC)’. 사무실 입구에 들어서자 중국 지린대 경영대학원에서 연수하며 중국어를 익힌 창구 직원들이 반갑게 손님을 맞았다. 이곳에 상주하는 직원 6명은 모두 중국 전문가다. 중국인 PB도 있다. 창구와 상담 데스크 곳곳에는 중국어로 된 투자설명서와 금융상품 안내서가 놓여 있었다. 청와대 접견실을 본떠 만들었다는 널따란 접견실에는 고급 소파 8개가 배치됐다.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 8에 맞춘 것이다. 중국의 무형문화재 장인이 한 땀 한 땀 공들여 만들었다는 예술 작품들도 전시돼 있었다. 중국 자본이 한반도에 몰려오면서 중국 자본을 끌어오려는 국내 금융회사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중국인 전용 투자센터를 만들어 ‘차이나 머니’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중국 조선족 기업 가운데 유일한 상해 A주 상장사인 패션업체 랑시그룹이 국내 유아용품 업체인 아가방앤컴퍼니를 인수할 때 인수자문을 맡았다. 외화송금 규정에 맞춰 한국에 투자할 수 있도록 각종 법률 및 세무 자문에 응하고 중국동포인 신동일 랑시그룹 회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에는 고급 차량을 지원하는 등 PB서비스도 제공했다. 이때 경험을 발전시켜 만든 게 IPC다. IPC는 외국기업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PB센터지만 특히 중국인 고객에 특화돼 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7월 명동 본점에 외국인직접투자(FDI) 전담팀을 꾸려 위안화 끌어오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중국 현지 법인에 설치한 ‘KB 차이나데스크(China Desk)’를 통해서도 중국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9월에는 한국에서 호텔 사업을 하려는 중국의 한 서비스 기업을 상대로 한국, 중국을 오가며 법인 설립과 부동산 취득 관련 유의점, 자금 유입 절차 등에 자문 응대를 해준 끝에 수백억 원 상당의 한국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얼마 전 협약을 맺고 있는 법무법인으로부터 한 중국 회사가 코스닥에 상장된 정보기술(IT) 업체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신한은행은 법무법인의 의뢰를 받아 이 중국 회사에 각종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130억 원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데 일조했다. 최근에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대응해 중국의 대형 법무법인들과 협약을 맺고 한국에 진출하려는 중국 기업들에 다양한 금융컨설팅을 제공하기로 했다.

한국에 투자하려는 중국 자본이 갈수록 늘고 있어 이런 금융서비스 수요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6일 현대증권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중국 자본이 한국 기업에 지분 투자한 규모는 12억5400만 달러(약 1조4670억 원), 투자 건수는 28건이었다. 지난해 연간 투자 금액(1700만 달러)의 74배 수준이다.

올해 들어서만 초록뱀, 레드로버, 아이넷스쿨(현 룽투코리아) 등 상장사의 최대주주가 중국 회사로 바뀌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분 투자와 부동산 투자, 신규 회사 설립 등을 포함한 중국의 대(對)한국 직접투자는 지난해 총 15억3000만 달러였다. 김승준 KEB하나은행 IPC 센터장은 “중국 자본이 2, 3년 전까지는 제주도 등지의 부동산에 주로 투자했지만 이제는 문화 콘텐츠나 게임, 바이오 등의 분야에서 유망한 한국 기업에 지분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민기 minki@donga.com·박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