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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모의 아이러브 스테이지] 뮤지컬 ‘레미제라블’ 양준모

입력 | 2015-12-03 05:45:00

성악가 출신다운 어마어마한 성량과 귀기 서린 연기, 책을 찢고 튀어나온 듯한 외모로 역대 가장 파워풀한 장발장으로 손꼽히는 양준모. 일본관객을 감동의 도가니 속에 가두어 버린 ‘양발장’을 이번 한국 공연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제공|레미제라블코리아


■ “평생 장발장만 해도 좋겠다”

2006년 만 25세 세계 최연소 장발장 될 뻔
일본서도 장발장 역…일어 가사 외워 공연
다양한 활동? 내년엔 작품과 육아에 몰두


요즘 한국 뮤지컬계는 1980년생(35세)들이 꽉 잡고 있다. 이들이 없으면 대다수의 뮤지컬 공연들이 주·조연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러야 할 판이다. 남자로는 조정석, 김다현, 에녹, 김승대, 이창희, 김대종, 장덕수, 김순택, 강태을, 조순창 등이 있다. 여배우들도 만만치 않다. ‘뮤지컬 여왕’ 옥주현을 위시로 안재욱의 아내가 된 최현주, 소냐, 리사, 록밴드 뷰렛의 보컬이기도 한 문혜원, 전수미 등이 1980년생들이다.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 양준모도 같은 또래 배우다. 최근 개막한 대작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주인공 장발장 역을 맡고 있다. 양준모는 올 한 해를 오롯이 ‘양발장’으로 살았다. 한국에서 개막하기 직전까지 일본에서 장발장을 연기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이자 유일의 ‘한일 장발장’인 양준모를 레미제라블이 공연 중인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VIP룸에서 만났다.

-막이 올라가자마자 관객, 언론의 반응이 대단하다. 걱정이 많았을 텐데. 후련하지 않나.

“에필로그가 끝나자마자 커튼콜을 시작하기도 전에 기립박수를 보내주셨다. 그때 든 생각은 ‘아, 이 분들이 정말 (레미제라블을) 기다리셨구나’였다.”

-레미제라블은 개인적으로 ‘애증의 작품’일 텐데.

“2006년이었나. 레미제라블 공연이 추진되다가 무산된 적이 있다. 오디션을 보고 리허설까지 시작했는데. 당시 외국 연출가가 ‘네가 세계 최연소 장발장이다’라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그때 장발장을 했다면 만 25세였을 것이다. 2012년에야 초연이 이루어졌는데 이때는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서….”

-만 25세에 이미 장발장의 외모를 가졌다는 이야기 아닌가.

“푸핫! 그렇다. 사실 그 전 해(24세)에는 명성황후에서 대원군을 했었다.”

-한국에서 이루지 못한 장발장의 한을 더 큰 무대인 일본에 가서 풀었다. ‘역대 가장 파워풀한 장발장’이란 찬사도 들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캐스팅은 ‘양준모의 금의환향’이라고 봐도 될 듯한데.

“그렇게 까지야. 올해 일본에서 레미제라블을 90회 정도 공연했다. 일본에서 하면서 ‘평생 장발장만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회 무대에 오르기 전에 배우를 기대하게 만드는 이런 작품은 나도 처음이니까.”

-일본에 가기 전 혼자 칩거해서 일본공연 준비를 속성완성했다고 하던데.

“휴대폰을 끊고 매일 북한산 둘레길을 걸었다. 아침에 나가서 걷다가 해가 지면 버스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북한산 둘레길 코스가 스무 개쯤 되는데 그걸 다 돌았다. 걸으면서 일본 공연실황 음원을 듣고, 입으로는 중얼중얼 가사를 외우고. 걸으면서 외우니까 정말 잘 외워지더라. 2월에 일본에 가서 연습하고 4월부터 공연에 투입됐다.”

-일본어 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나.

“당연히 있었다. 통역이 없을 때는 애를 먹을 수밖에. 무대 위에서는 다행히 발음이 괜찮았던 모양이다. 공연 끝나고 사인회를 할 때마다 관객들이 내가 일본어를 못한다는 사실에 놀라곤 했다. 심지어 이름을 보고나서야 한국사람인 줄 알았다는 관객도 있었다(웃음).”

-가수(최근 앨범을 냈다), 연출가(오페레타 리타를 연출했다), 교사(소년원 아이들을 지도했다)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체질인 것 같다. 다만 내년에는 모두 접고 작품에만 몰두하기로 했다. 육아도 해야 하고(웃음). 딸이 85일 됐다. 바보아빠 대열에 끼게 된 거지. 물론 내년만 다른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상 중인 일들이 많다. 2년 전부터 준비하고 있는 뮤지컬 제작도 있고.”

-올 연말에 꼭 레미제라블을 봐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연출가는 연습실에서 배우의 마음을 흔들어야 하고, 배우는 무대에서 관객의 마음을 흔들어야 한다. 이 작품의 메시지를 잘 전달하고 싶은 게 우리 배우들의 한결같은 마음이다. 레미제라블은 당신의 삶을 바꿀 수도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하면서 내게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삶 속에서 일어나는 이 작지만 소중하고 기쁜 변화의 불씨가 관객 분들에게도 옮겨 붙게 되기를 소망한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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