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횡설수설/정성희]물수능과 불수능

입력 | 2015-12-02 03:00:00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결과가 오늘 개인에게 배부된다. 수시 확대로 입시에서 수능의 비중이 줄고 있지만 수시에 수능최저학력기준(등급 컷)이 있고 정시가 남아 있어 수능 점수는 여전히 중요한 전형요소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수능에선 인문계가 응시하는 국어B를 빼곤 지난해보다 점수가 하락하고 국영수 만점자 비율도 크게 줄었다. 많은 학생이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들 것이다.

▷수험생이 배신감을 느끼는 대목은 2012학년도 이후 4년간 지속된 ‘쉬운 수능’이 예고 없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이준식 수능출제위원장은 수능 당일 “지난 6월과 9월 치러진 모의평가와 마찬가지로 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이면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출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험지를 받아본 학생들의 머릿속은 하얘졌다. 쉬운 수능만 믿고 교육방송(EBS) 교재만 풀었던 학생들이 속았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난이도에 대한 체감도가 집단에 따라 달라서 재수생은 좋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진다.

▷쉬운 수능이면 ‘물수능’, 어려운 수능이면 ‘불수능’, 번갈아 나오면 ‘물불수능’이라고 한다. 수능 난이도가 큰 뉴스가 되는 곳은 대한민국뿐인 것 같다. 정부는 수능 난이도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사교육비 절감에 목을 맨 이명박 정부는 EBS 교재 70% 연계 및 수능 만점자 1% 정책을 제시했다. 이는 실제로 효과를 거두었다. 중하위권 학생들의 수능 점수가 올라가고 학생들이 EBS에 몰리면서 사교육기관 주가가 폭락했다.

▷그러나 물수능은 큰 취약점을 갖고 있다. 고득점자가 많아져 한 문제만 틀려도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이 달라진다. 시험이 실수 안 하기 경쟁이나 그날의 컨디션 테스트로 흘러 진짜 실력을 반영하지 못한다. 지난해 수능은 출제 잘못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지만 영어에서 1만9564명, 수학B에서 6630명의 만점자가 나온 사상 최악의 물수능이었다. 그런 점에서 올해 수능은 불수능이 아니고 모처럼 변별력을 확보한 성공한 수능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