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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병 보증금’ 인상 없던 일로?

입력 | 2015-12-01 03:00:00

환경부, 규제개혁위 “철회”에 당혹
“정책 원점 안돼” 재심 청구 방침… “소비자 부담 주장 주류업계에 당해”




환경부가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의 빈병 보증금 인상안 철회 의결과 관련해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30일 “빈병 보증금 인상안이 완전히 무산됐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재심 요청을 하고 보증금 인상의 필요성과 시행 이후의 예상 효과 등에 대해 다시 설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규제개혁위원회는 지난달 27일 보증금 인상안을 철회하고 취급 수수료도 업계에서 자율 결정하도록 의결했다. 소비자 부담은 늘어나는 반면 빈병 회수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개혁위 의결은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반영토록 돼 있고, 재심 청구가 가능하다. 회의는 2주 간격으로 열리고 있지만 보증금 인상이 시행되는 내년 1월 20일 전까지 재심을 통해 결정을 뒤집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 시행을 코앞에 두고 갑자기 제동이 걸리자 환경부는 사색이 된 분위기다. 빈병 보증금 인상은 21년 만에 처음 이뤄지는 것으로, 빈병 수거율을 높이기 위한 환경부의 하반기 주요 정책과제 중 하나였다. 6개월 넘는 준비기간 동안 빈병 수거업체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상을 거쳐 내놨던 정책을 원점으로 되돌려야 할 위기에 처하게 됐다. 더구나 윤성규 장관과 대변인 등이 프랑스 파리로 출국해 신(新)기후체제 논의에 집중하고 있는 시점이다. 환경부 안팎에서는 “주류업체들의 입김에 결과적으로 뒤통수를 맞았다”는 한탄이 나온다.

빈병 보증금은 소주병이 현재 40원에서 100원, 맥주병이 50원에서 130원으로 각각 인상되고 취급수수료도 8∼19원에서 33원으로 오를 예정이었다. 환경부는 9월부터 대형마트에 빈병 무인회수기 설치를 확대하고 관련 정보를 지원하기 위한 콜센터를 시범운영하는 등 사전 준비작업을 진행해왔다. 빈병 사재기 현상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는 신, 구 빈병을 구분하는 라벨 부착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주류협회는 인상 철회를 요구하며 강력히 반발해왔다. 주류업계 부담액이 연간 1000억 원 이상 늘어나면서 결과적으로 술값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