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생체정보 인증 속속 시행
‘비대면(非對面) 실명확인’ 제도가 다음 달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들은 손바닥이나 지문, 홍채 등 다양한 생체정보로 본인임을 인증하고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생체정보를 통한 인증은 간편할 뿐만 아니라 분실 우려가 없어 차세대 본인 인증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은 12월∼내년 1월 생체인증 시범서비스를 도입해 고객들의 반응을 살필 계획이다.
○ 눈 깜박이며 돈 찾고, 손바닥으로 송금
시중은행들이 생체인증 서비스 도입을 서두르는 것은 누가 더 빠르고, 혁신적인 인증방식을 내놓느냐에 따라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홍채 인식을 선택해 내년 1월 홍채 인식 센서를 부착한 자동화기기를 보급해 시범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신분증 사본 등 다른 인증수단으로 본인 인증을 하고 홍채를 한 번 등록하면 이후에는 홍채만으로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 기업은행도 내년 홍채를 통한 본인 인증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KEB하나은행은 지문 인증 방식을 선택했다. 12월 모바일뱅크 ‘원큐뱅크’를 선보일 예정인 KEB하나은행은 이른 시일 안에 지문인증을 통해 금융거래가 가능한 자동화기기를 선보일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12월부터 손바닥 정맥으로 본인을 확인하는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디지털 키오스크(무인자동화기기)’에 손바닥을 대면 센서가 정맥의 패턴을 읽어내고 본인 인증이 이뤄지면 간단한 출금, 송금 등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생체인증에 대한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은 생체인증 서비스를 당장 도입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새로운 인증 방식에 거부감을 보일 수 있어 고민”이라며 “일단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는 여전
실제로 일부 소비자 사이에는 생체인증에 대한 우려가 만만치 않다. 개인 고유의 생체정보가 유출될 경우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처럼 바꿀 수도 없어 영구적인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김종현 선임연구위원은 “개인의 생체정보가 유출될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본격적인 생체인증 기술 도입에 앞서 생체정보 보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