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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체육 장려→용품산업 발달→고용…스포츠산업 일자리 창출

입력 | 2015-11-23 21:21:00


20일 경희대 국제캠퍼스에서는 ‘스포츠 마케팅, 창업과 취업의 중심에서 길을 묻다’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경희대 스포츠산업 일자리(창업)지원센터와 이 학교 스포츠마케팅 학술 동아리인 ‘드레포스’가 함께 주관한 행사다. 드레포스는 스포츠 관련 전공 학부생 중심으로 구성된 동아리다. 이날 행사에는 동아리 회원뿐 아니라 70여 명의 학생이 참석했다. 스포츠산업은 이제 관련 세미나를 열만큼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관심이 높은 분야가 됐다.

국내 스포츠산업 종사자 수는 통계를 제대로 내기 시작한 2009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9년 21만 명이던 스포츠산업 종사자는 올해 28만8000명까지 늘었다. 스포츠산업 종사자가 늘고 있다는 건 이 분야가 성장 산업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국내 스포츠산업 규모는 2009년 이후 연평균 5%대 성장을 보이고 있다. 스포츠산업이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부터 대학에서는 스포츠경영 등을 공부하는 학과가 하나 둘씩 생겼다. 2003년 전국 대학에 267개이던 체육 계열 학과가 증가세를 이어오면서 2013년 445개로 늘어난 것도 스포츠산업 관련 학과의 설치와 연관이 있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평가받는 스포츠산업의 규모가 커지고 있고, 이 분야의 일자리도 늘고 있지만 일자리 증가 폭이 최근 감소한 부분에 대해서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스포츠산업 종사자 수는 2011년과 2013년에는 2년 전 대비 각각 12%가량 증가했지만 2015년에는 2년 전 대비 8% 정도 늘어나는 데 그쳤다. 스포츠산업의 경우 새로 생기는 일자리도 많지만 없어지는 일자리 또한 다른 산업에 비해 많다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2002~2011년 스포츠 분야에서는 7만2354개의 일자리가 생겼고, 같은 기간 6만3911개의 일자리가 없어져 일자리 순 증가율이 11.7%로 산업 전체 일자리 증가율 13%에 못 미친다.

● 스포츠 참여 인구 늘려야


스포츠 분야에서 새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스포츠 활동 참여 인구를 늘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국은 체육활동 참여율이 54%로 뉴질랜드(74%), 미국(71.7%), 스위스(70%), 호주(69.4%), 핀란드(62%) 등에 비해 떨어진다. 유의동 한국스포츠개발원 스포츠산업실장은 “스포츠 분야 일자리를 늘리는 데는 생활체육을 활성화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스포츠 참여 인구가 늘어나면 관련 종목 지도자들의 일자리가 생기고, 용품 산업도 발달하면서 고용이 창출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국내 스포츠산업 규모의 약 36%를 차지하는 용품 제조 및 판매업의 성장은 청년 일자리 창출로 직결될 수 있다.
참여 스포츠 확대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학교 체육 강화 지원 계획’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교육부는 누구나 한 가지 스포츠를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학교 체육활동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가능한 지역부터 초등학교 3~6학년을 대상으로 수영 실기 교육을 점차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처럼 수영 실기 교육을 확대하면 당장 수영을 가르칠 강사 일자리가 생기게 된다.

● 시설 고용 늘리려면 적자 구조 바꿔야

만성적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전국의 경기장 시설에서 수익 모델을 만들어 내는 것도 스포츠 분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08~2012년 5년간 전국의 1만 석 이상 경기장 93곳에서 모두 3761억 원 가량의 적자가 발생했다. 적자가 난 경기장 대부분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권을 갖고 있다. 적자를 주민 세금으로 메우는 지자체들이 수익 모델 발굴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스포츠산업·경영학회장을 맡고 있는 박세혁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4300개가 넘는 공공체육시설의 80% 가까이를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데 대부분 적자”라며 “적자인 시설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은 어렵다. 체육시설을 흑자로 돌리려면 기업이 운영을 맡는 쪽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프로 스포츠 구단 자생력 키워야

최준서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제자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어 하는 곳은 프로 스포츠 구단”이라며 “스포츠산업 분야에서는 대부분이 규모가 작은 회사들이다 보니 주로 대기업이 갖고 있는 프로 구단을 학생들이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체부가 발행한 체육백서(2013년)에 따르면 국내 스포츠산업체의 95%가 직원 수 10명 미만이다.

하지만 직원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프로 스포츠 구단이라고 해서 경영 사정이 특별히 나은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4대 프로 스포츠로 통하는 야구와 축구, 농구, 배구 구단을 통틀어 모기업에서 지원받는 구단 운영비를 빼면 흑자를 내는 구단은 하나도 없다. 국내 프로 구단 중 그마나 사정이 좀 낫다는 프로야구 삼성이 2014년 한 해 171억 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아무리 대기업이 갖고 있는 구단이고 해도 해마다 적자가 나는 구단에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 프로 구단들은 돈을 쓰는 마케팅 쪽에 인력이 많지만 미국은 돈을 벌어오는 영업 쪽 인력이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며 “짧은 기간에 모든 것을 바꾸기는 힘들겠지만 지금부터라도 모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적인 수익 모델을 찾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석기자 wing@donga.com
정윤철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