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례 실례 하∼세요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2화에서 남자 주인공 정환의 아버지 김성균이 정환의 친구 덕선과 함께 ‘부채도사’ 노래를 부르며 춤추는 장면(위 사진). 드라마 배경 시기에서 3년 뒤인 1991년에 개그맨 장두석이 KBS ‘유머1번지’ 코너(아래 사진)를 통해 히트시켰던 노래다. 방송 화면 캡처
방 아랫목에 나란히 엎드려 누운 4명의 고등학생. 라디오 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 DJ 이문세의 다음 곡 소개에 귀 기울이다가 입을 모아 외친다. “그런 날에는!”
“… ‘그런 날에는’ 듣겠습니다.”
‘응팔’은 ‘응칠’(1997년) ‘응사’(1994년)에 이어 풋풋한 첫사랑과 정다운 가족 이야기를 그린 복고 드라마다. 21일 6회 시청률이 10%(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그땐 그랬지…’ 하며 흐뭇하게 공감하도록 이끄는 사소한 추억거리의 파편이 세대를 뛰어넘은 인기몰이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 시리즈가 집요하게 견지해온 ‘추억 재생 디테일’이 ‘응팔’에선 미묘한 엇박자를 내고 있다.
적잖은 주요 장면 배경음악이 1988년에서 빗나간다. 1, 2화에 주제곡처럼 쓰인 전인권의 ‘걱정 말아요 그대’는 2004년 곡이다. 6화 클라이맥스에 나온 조정현의 ‘그 아픔까지 사랑한 거야’, 4화에서 다리에 쥐가 나 쓰러진 남자주인공 정환과 여자주인공 덕선이 정겹게 토닥대는 장면에 깔린 김현철의 ‘동네’는 모두 1989년 여름에 나온 노래다. 1화 끝 부분에서 덕선과 아버지가 뭉클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의 배경음악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도 1990년 나온 조용필 12집 수록곡이다.
대중음악평론가 최규성 씨는 “딱 1988년에 나왔거나 히트한 노래보다는 그때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악을 고른 듯하다. ‘걱정 말아요 그대’처럼 2000년대 노래까지 사용한 건 현재 시점 에서 이미 추억이란 코드에 부합한다고 본 것 같다”고 했다.
노래 외에도 섬세함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정환의 아버지인 김성균은 1, 2화에서 ‘부채도사’ 노래와 율동을 선보였다. 이 개그는 극 중 배경보다 3년 뒤인 1991년 KBS 코미디 프로그램 ‘유머1번지’에서 개그맨 장두석이 히트시켰다. 3화에서 경주로 수학여행을 간 덕선은 매점에서 청량음료 ‘밀키스’를 사 먹는다. 홍콩 스타 저우룬파(周潤發)의 TV 광고로 유명한 밀키스는 1989년 4월에 출시됐다.
손택균 sohn@donga.com·임희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