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코리아의 공격적인 프로모션으로 배출가스 조작 파문 이후 발길이 뜸해졌던 폴크스바겐 전시장에 사람들이 다시 몰려들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폴크스바겐 전시장에 사람들이 방문한 모습.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9일 오후 8시경 서울 양천구 신월로 폴크스바겐 목동전시장. 보통 평일 저녁엔 한산한 편이지만, 이날 매장 안에 있던 영업사원 4명은 모두 상담을 하고 있었다. 상담을 요청했지만 응대할 영업사원이 없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전시장에 발길이 뚝 끊기고 주문 취소가 이어지던 지난달 초와는 대조적이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이달 초 차량 할인율을 최대 20%까지 늘리고, 주요 모델에 대해 60개월 무이자할부 판매를 하는 등의 프로모션 방안을 발표했다. 소비자들이 이에 즉각 반응한 것.
다른 전시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강남전시장의 한 딜러는 “일요일인 8일엔 6, 7팀씩 대기를 하다 상담을 못 받고 돌아간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상담을 받아 보니 정가 3650만 원인 ‘제타 2.0 TDI 프리미엄’(2015년형) 모델은 740만 원을 할인 받아 취득·등록세를 포함하면 3100만 원대에 살 수 있었다.
많은 소비자가 폴크스바겐 전시장에 몰린 것을 두고 배기가스 조작 문제가 금방 잊힌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달 한국에서 판매된 폴크스바겐 차량은 작년 10월(1759대)보다 46.2%가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국 판매량이 0.2% 증가하고 독일에선 0.7%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한국 소비자들이 유독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유례없는 할인 행사에 힘입어 판매량이 곧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가격을 낮춰 나빠진 기업 이미지를 전환하겠다는 발상이 소비자들에게 먹혀든 것”이라며 “환경오염과 같은 이슈를 고려하기보다 당장 나에게 이득이 있는지를 먼저 따지는 소비자의 사고방식도 판매량이 급증한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사회 집단적으로는 환경과 윤리를 고려한다고 하겠지만 소비자 개개인으로 볼 때는 가격이 우선일 수 있다”며 “구매 기회라고 생각될 때는 환경 이슈는 뒤로 미뤄지게 된다”고 꼬집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