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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박근혜 한정판’

입력 | 2015-11-10 03:00:00


요즘 한정판 마케팅 열풍이 뜨겁다. 며칠 전 서울시청 옆 맥도날드 매장 앞을 지나다 보니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맥도날드 상표가 붙은 헬로키티 인형 한정판을 사려는 줄이었다. 그날 밤 귀가해 TV 뉴스를 보니 서울 명동의 패스트패션 의류 매장 H&M 앞이 노숙까지 하면서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명품 브랜드 ‘발맹’과 합작해 만든 한정판 의류를 구입하려고 모두 난리였다.

▷‘박근혜 시계’도 한정판이라면 한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대통령 시계는 판매용으로 제작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시계를 손에 넣은 사람들이 인터넷 중고경매 사이트에 내다 팔기도 해 가격이 형성된다. ‘박근혜 시계’는 구하기가 어려워 매물이 나오면 박 대통령이 현직인데도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팔린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이름 석 자가 들어가는 물건이 함부로 나돌아 다니는 것을 싫어해 시계 증정을 제한한다고 한다. 전임 대통령들이 지지자들에게 대통령 시계를 마구 뿌려댄 것과 대조적이다.

▷대통령 조화(弔花)가 국가에 별 기여한 것도 없는 망자(亡者)의 빈소에 놓이는 것을 박 대통령은 더 질색한다고 한다. 그래서 전임 대통령들에 비해 조화도 훨씬 적게 보낸다. 이 때문에 서운해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고, 조화까지 대통령이 체크하느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박 대통령이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의 부친 유수호 전 의원 빈소에 대통령 조화를 보내지 않았다고 해서 말이 많다. 이것이 한정판 정책 때문인지, 국회법 개정을 둘러싸고 충돌했던 유 의원이 아직도 괘씸해서인지는 알 수 없다.

▷한정판 마케팅은 브랜드에 대한 아우라(신비한 분위기)와 그에 상응하는 충성도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한정판 마케팅도 지나치면 부작용을 낳는다. 박 대통령은 저녁에 사람 만나는 것도 한정판이고, 장관 대면보고도 한정판이다. 유 의원 부친상의 경우 상주 측이 ‘조화를 받지 않는다’고 해서 안 보냈다고 청와대는 해명한다. 하지만 참모들 중 누구도 조화를 보내는 게 좋겠다고 아우라가 강한 박 대통령에게 감히 말할 용기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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