貿協, 국내업체 10곳의 성장 비결 보고서 발간
콘택트렌즈 ‘클라렌’을 판매하는 ㈜인터로조의 노시철 대표이사(61)는 “콘택트렌즈는 값이 싼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저렴해도 불편하면 쓰레기보다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콘택트렌즈는 유난히 제조 난도가 높은 품목이다. 눈에 넣어야 하는 민감한 제품이라 편안해야 하고, 안경처럼 시력을 보정해야 하며, 미용 목적으로도 쓰이기 때문이다.
콘택트렌즈는 소비자의 평판이 시장을 좌우하는 제품. 인터로조는 뛰어난 품질 덕에 최근 5년간 수출액이 연평균 20% 정도씩 꾸준히 늘고 있다. 1∼7월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7.6% 늘었다. 현재 전 세계 50개국에 수출을 하고 있다. 노 대표는 “미래에는 렌즈가 의료 진단에 활용되거나 눈이 나쁘지 않은 사람도 렌즈를 끼면 눈이 더 편안해지는 것도 상상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세계 어느 회사도 완벽하진 않다. 지금은 알 수 없는 ‘완벽한 수준’을 위해 기술개발에 정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벽지도 수출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1∼7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5% 증가했고 수출 규모가 5년 전에 비해 4, 5배 늘었다. 몇 년 전 사우디아라비아 두바이 등 중동에 시장을 개척했고 동남아 국가로도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신한벽지는 2010년 3월 중국의 전시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소비자를 만나면서 중동 시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해 10월 곧장 사우디아라비아 전시회에 참가했고 이듬해부터 두바이 전시회도 참가했다. 당시 중동 벽지 시장은 유럽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신한벽지 디자이너들은 영업 담당자들과 세계의 주요 전시회에 참가하는 한편 현지에 가서 시장을 조사했다. 그렇게 현지 취향에 맞는 벽지를 개발해 수출 전용 컬렉션을 출시했다.
중동은 벽에 벽지를 바르기보다는 페인트칠을 하는 문화가 보편적이다. 일부만 장식을 위해 벽지를 쓰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유럽 제품보다 싸고 디자인이 좋은 한국 벽지가 소개되면서 벽지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김승대 신한벽지 상무는 “(현지 시장에 대해) 영업하는 사람의 이야기만 전해 듣고 제품을 개발하는 시기는 지났다. 제품 개발자들도 현지에 같이 나가서 계속 시장의 소리를 들어야 수출에서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수출 증가의 비결을 △기술 차별화 △전략적 제휴로 시너지 창출 △유망 시장에서 한발 앞서 준비 △고객 감동 △지속 가능 경영 등 다섯 가지로 요약했다. 성공적인 수출기업들은 신산업과 신시장을 개척하며 수출 대상국을 확대해 나갔고 끊임없는 기술 혁신과 바이어·소비자 중심의 서비스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특징이 있었다.
국제무역연구원 장현숙 연구위원은 “중소기업들이 내수시장에만 의존하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해외시장 공략이 필수적”이라며 “5대 수출성공 전략을 자사 상황에 맞게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