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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당뇨환자들도 간호사 상주 어린이집에 우선 입학을”

입력 | 2015-11-05 03:00:00

김광훈 소아당뇨인협회장, 5일 국회서 토론회




김광훈 한국소아당뇨인협회장은 4일 “아직도 남의 시선을 의식해 학교 화장실에서 몰래 인슐린 주사를 스스로 놓는 아이가 많다”며 “서로 다름에 대한 편견을 바꿔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20대 초반이던 2001년 식당에 갔을 때였다. 밥을 먹고 여느 때처럼 혈당 조절을 위해 팔에 스스로 주사를 놨다. 차를 마시고 이제 막 나가려는데, 경찰이 들이닥쳤다. “경찰서로 같이 갑시다.” “아니, 왜요…?” 식당 주인이 마약사범으로 오인하고 경찰을 몰래 부른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소아당뇨(1형 당뇨)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던 때다.

김광훈 한국소아당뇨인협회장(37)은 당시를 떠올리며 “경찰서에서 반나절 동안 현행범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나 같은 아픔과 좌절을 다른 아이들은 겪게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학교 1학년이던 1991년, 그는 1형 당뇨 판정을 받았다. 1형 당뇨는 혈당조절 기능이 있는 췌장에 문제가 발생해 생기는 질환이다. 음식을 먹으면 당 수치가 끝도 없이 올라간다. 혈당수치를 재보기 위해 바늘로 손가락을 하루에 10번씩 찔러야 했고, 인슐린 주사도 2회 이상 맞아야 했다. 당시에는 인슐린 약의 성능이 지금 같지 않아 저혈당과 고혈당을 오가기 일쑤였다.

밝고 공부도 잘했던 그가 엇나갔던 때도 이때부터였다. 대기업 총수가 ‘당뇨가 있다’며 형 집행 정지를 받았다는 뉴스가 나오자 반 동급생들은 대기업 총수의 사진을 그의 등 뒤에 붙이며 “너네 아빠냐?”고 놀렸다. ‘누에가 당뇨에 좋다’는 말이 나오면 죽은 누에를 그의 필통에다 넣는 아이들도 있었다. 사람들의 무지와 놀림은 그를 더욱 아프게 했다.

그때부터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몰라서 그런다면 내가 큰 목소리로 알려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김 회장은 말했다.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2005년 한국소아당뇨인협회를 만들었다. 학계는 1형 당뇨와 2형 당뇨를 겪는 아동 청소년이 3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처음에는 의심의 눈초리가 많았다. “무슨 협회 만들어서 이득 챙기려는 거 아니야?” “당뇨 관련 상품을 판매하려는 건 아닐까?” 억측도 많았다. 작은 사무실에서 숙식을 하며 정치인과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을 만나 설득을 계속했다. 그 결과 매일 평균 10개씩 써야 하는 혈당 시험지는 2011년부터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달 15일부터는 주삿바늘, 채혈침, 펜형 주사기도 혜택을 받게 됐다. 소모품을 많이 쓸 때마다 미안해하는 아이들 부담감을 덜어주고, 부모의 주머니 사정도 나아지게 되는 셈이다. 위축되는 아이들 마음과 부모들의 기를 살리기 위해 교육프로그램과 요리교실도 주기적으로 연다.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는 토론회에도 나간다. 12학급 이상인 국공립어린이집은 간호사가 상주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런 곳에 1형 당뇨 및 희귀질환 어린이도 입학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지금은 다문화·한부모·다자녀 가정 자녀가 우선 들어가는데, 이들도 간호사의 도움이 절실한 만큼 똑같이 입학 우선권을 달라는 것이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과 황주홍 의원 등이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나와 타인이 다름을 배우는 곳이 어린이집이고 학교잖아요. 이런 배려에서부터 사회가 달라질 거라고 믿습니다.” 그는 아이들이 자신과는 다른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길 바라고 있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