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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첫 단추”… 5·24조치 우회 투자

입력 | 2015-11-05 03:00:00

[나진-하산 프로젝트, 정부기금 첫 투입]




박근혜 정부의 핵심 외교 구상 가운데 하나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신호탄인 나진-하산 물류프로젝트가 성사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민간 기업들이 북한에 간접으로 투자하는 사업에 정부가 남북협력기금을 대출 형태로 지원하기로 한 것은 이를 뒷받침할 필요성에 따른 것이다. 정부가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대북 신규 투자를 금지한 5·24조치의 예외”라고 설명한 것도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시발점이라는 점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민간사업이지만 정부 뜻으로 추진

나진-하산 물류프로젝트는 포스코 현대상선 코레일 등 3사가 러시아 측과 협상해 온 민간사업이지만 정부가 먼저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11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원활히 추진되도록 장려”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공동성명으로 발표했다. 공동성명이 나온 뒤 3사는 러시아 측과 사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정부는 박 대통령이 내세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진전을 위해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성사시켜야 할 필요성에 주목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철도와 도로 연결을 통한 복합 물류 네트워크를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나진-하산 물류프로젝트는 특히 박 대통령이 공을 들이는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점에서도 남북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나진-하산 프로젝트에는 적극적인 북한

북한은 남북 관계가 경색된 지난해 11, 12월과 올해 4, 5월 진행됐던 나진-하산 물류프로젝트 1, 2차 시범 운송 사업에는 유독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1차 시범사업이 진행된 시점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대북 전단에 고사총을 사격해 남북 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때였다. 당시 에볼라 바이러스 유입 차단을 위해 외부인 입국 불허와 격리 조치를 시행하면서도 이 사업과 관련된 한국 점검단은 예외로 했다. 2차 시범사업 때도 북한은 다른 인도적 협력에는 소극적이었지만 나진-하산 물류프로젝트에는 큰 관심을 보였다.

북한은 현재 ‘경제 발전을 위한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대외 관계’를 내세우고 있다. 대북 제재로 고립된 경제적 어려움을 탈피하기 위해 북-러 경협에도 공을 들였다. 한-러 간 협상이 마무리돼 본(本)계약을 체결하고 남-북-러 3각 협력이 본격화되면 다른 남북 교류협력 사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 수익성 논란 넘어야 탄탄대로

정부가 3사에 대출 형식으로 정부 기금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북한 리스크’와 수익성 부족을 감안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3사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수익성이 불확실한 사업에 정부 돈을 투입하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도 적지 않다.

3사는 수익성을 최대한 높이는 방향으로 러시아와 협상했고 상당 부분 견해차를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무상 지원이 아니라 대출 형식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러시아산 유연탄을 나진항을 통해 수입하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수익성을 높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제성을 충분히 높이지 못하면 수익성 낮은 북-러 경협 사업에 한국을 끌어들이려는 러시아에 말려든 것이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대륙철도연구팀장은 △러시아산 유연탄을 채취하는 탄광을 나진항에서 최대한 가까운 곳으로 확보하고 △현재의 자원 수입형 모델에서 탈피해 나진항 현대화를 통해 한국의 백색가전 등을 수출하는 모델로 바꾸는 등 경제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우경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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