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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생태원 주최 ‘자연스럽게 사람답게’ 3人3色 토크콘서트

입력 | 2015-11-04 03:00:00

개그맨 김병만 “정글은 힐링 장소”… 소설가 김훈 “생명은 아름다워”
최재천 국립생태원장 “동물, 인간에 상생 신호”




3일 저녁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열린 ‘국립생태원 3인 3색 토크콘서트’에서 소설가 김훈 씨와 개그맨 김병만씨,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앞줄 왼쪽부터)이 침팬지와 잎꾼개미 등의 생태적 특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정글은 처음에 ‘이기고 와야지’ 했던 도전의 대상이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힐링하는 장소로 바뀌었습니다. 도시보다 편한 안락한 곳으로 느껴진다고나 할까요.”(개그맨 김병만)

“새나 메뚜기, 개, 물고기…. 잘 들여다보면 모든 동물의 얼굴에는 정돈되고 균형 잡힌 아름다움이 있어요. ‘생명을 가진 것들은 스스로 아름답구나’ 느끼지요.”(소설가 김훈)

3일 저녁 서울 이화여대 삼성홀에서는 개그맨과 소설가, 생태학자가 한자리에 모인 이색 토크콘서트가 진행됐다. 국립생태원이 개원 2주년을 맞아 ‘자연스럽게 사람답게’라는 주제로 최재천 원장과 국립생태원 홍보대사인 김병만 김훈 씨가 함께 진행한 ‘3인 3색 토크콘서트’였다.

TV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에 출연해 온 김병만 씨는 갈라파고스 섬의 바다사자를 비롯한 사진 수십 장을 보여 주며 대자연 속에서 만난 동물들을 소개했다. 스스로를 ‘아마추어 탐험가’로 부른 그는 “(생태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혼이 나고 구박도 받고 집에 와서는 반성한 적도 많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김 씨와 최 원장의 특별한 인연도 화제가 됐다. ‘정글의 법칙’을 보던 최 원장이 “내가 아는 정글은 저렇게 약육강식 논리가 판치는 잔인한 곳이 아니다”라는 지적을 제작팀에 전달했다는 것. 또 출연자들이 독이 든 해삼을 먹은 뒤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며 “색깔이 화려할수록 독이 강한 것을 모르고 무모하게 덤비다가 큰일 난다”라고 비판하는 칼럼을 쓰기도 했다. 이 내용을 접한 김병만 씨가 최 원장을 찾아왔고, 컨설팅을 요청해 경청했다고 한다.

자전거 여행을 즐긴다는 김훈 씨는 도시와 지방을 다니며 보고 느낀 한국의 생태를 이야기했다. 최근 저서에서 ‘다윈은 아직도 관찰 중이고 진화는 지금도 진화 중이다’라고 쓴 표현이 무슨 뜻이냐는 질문에는 진화론자 찰스 다윈이 탔던 배 비글호를 언급했다. “스무 살의 다윈이 비글호를 타고 항해에 나서는 그 순간을 상상한다”며 “변해 가는 불안정한 세계가 인간의 시선을 넓혀 준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최 원장은 유리병에 얼굴이 끼여 버린 여우, 낚싯바늘이 꽂힌 돌고래가 인간에게 접근해 도움을 청하는 영상을 보여 주며 “동물이 인간의 존재를 알고 있다”고 역설했다. “5만 년 동안 동물이 인간을 관찰해 오면서 인간에게 상생(相生)의 신호를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설명이다.

700여 명의 청중은 “정글에서 화장실은 어떻게 가느냐” “벌레가 너무 싫은데 그래도 생태계에 필요하냐” 등의 질문을 던졌다. “동물 먹이인 바퀴벌레가 사라지면 숲 생태계가 무너진다”는 답변에는 “아하” 탄성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날 청중에게 나눠 준 선물은 자연을 위해 에너지를 아끼자는 차원에서 세 사람이 직접 자전거 페달을 돌려 만든 동력으로 뽑아낸 솜사탕. 세 사람은 “생태적 가치가 모두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며 토크콘서트를 마무리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