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운용본부 공사화 급물살 탈 듯 문형표 前장관-김용하씨 등 후임에 ‘독립’ 찬성론자 물망 홍완선 본부장 연임 불가 가닥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27일 끝내 자리에서 물러났다. 전날 공단 내부망을 통해 자진 사퇴 거부와 새 기금이사 영입 의지를 밝힌 지 하루 만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오전 최 이사장이 제출한 사표를 즉각 수리했다.
최 이사장은 500조 원에 이르는 국민연금 기금운용 방식을 두고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기금이사)과 갈등을 빚어 왔다. 최 이사장은 12일 복지부의 반대에도 임기(2년)가 11월 3일까지인 홍 이사에게 ‘연임(1년) 불가’ 방침을 통보했다. 이에 복지부는 최 이사장이 ‘월권’을 했다며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최 이사장은 사퇴 하루 전인 26일에도 공단 내부망을 통해 “비연임 결정은 적법 절차에 따른 것이다. 새 기금이사를 영입하겠다”며 사퇴 거부 의지를 거듭 밝히기도 했다.
최 이사장과 갈등을 빚었던 홍 본부장 역시 연임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모두 물러나더라도 국민연금 기금운용과 관련된 논쟁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최 이사장과 홍 본부장의 갈등은 국민연금 기금운용과 관련된 견해차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최 이사장은 기금운용의 안정성을 강조하며 현 체제 내에서 전문 인력과 조직을 보강하는 방식으로 기금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는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정부 방침과는 다른 것이다. 반면 자산운용업계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 온 홍 본부장은 현재보다 공격적인 기금운용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또 직간접으로 기금운용본부 공사화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혀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최 이사장이 물러나면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공사로 분리해 독립시키려는 움직임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복지부는 공단 운영실태 점검 과정에서 기금운용본부장의 권한과 자율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 김용하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등 기금 공사화 찬성론자가 신임 연금공단 이사장에 부임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유근형 noel@donga.com·이세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