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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현의 힐링 미술관]더 많은 열매를 수확하려면

입력 | 2015-10-20 03:00:00


사과 따기(An Apple Gathering), 프레더릭 모건.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좋든 싫든 태어나는 순간부터 어떠한 공동체에 속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단체 생활을 하다 보면 구성원 간에 공동 목표가 생기고 이를 함께 이뤄나가야 하는 일이 생깁니다. 흔한 예로 대학교 조별 과제나 직장 내 프로젝트를 떠올리면 되겠지요. 그런데 이런 상황이 개인에게 스트레스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다른 구성원들과 어울려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직장인 A 씨는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스트레스가 극심해져 찾아왔습니다. 평소 공동 작업을 싫어하는 성향이 있었고 리더의 독선적인 태도에 불만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차일피일 일을 피했고 팀원들에게 미움을 사는 지경에 이르게 됐습니다.

A 씨에게 19세기 영국 화가인 프레더릭 모건이 그린 ‘사과 따기’를 보여줬습니다. 당대 최고의 풍속화가로 꼽혔던 모건의 작품에는 시골 농부와 아이들의 순수한 표정과 행복한 웃음이 빠지지 않습니다. 이 작품도 예외가 아닙니다. 동화의 삽화처럼 예쁘게 그려진 이 작품은 가족으로 보이는 어른들과 아이들이 힘을 모아 사과를 수확하는 모습을 순박하고 정겹게 담아냈습니다. 꼬마가 사다리를 타고 사과나무에 올라가 나뭇가지를 흔들면 그 아래에서 커다란 보자기를 펼쳐 들고 기다리던 사람들이 떨어지는 열매들을 받아냅니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를 하듯 사과를 따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림 속 사과 따기는 노동이라기보다는 놀이에 가깝다는 느낌이 듭니다. 햇살에 반사된 환한 보자기처럼 그림에서는 가족 특유의 따뜻함이 묻어나오니까요.

우리가 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많은 일도 이와 마찬가지 아닐까요? 개개인이 혼자 집중해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일도 있지만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야만 이루어낼 수 있는 일도 있습니다. 그림처럼 열매를 수확하려면 여러 사람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보자기를 잡고 있는 어느 한 명이라도 손을 놓아버리면 애써 잘 익은 과일이 그대로 땅바닥에 떨어져 버릴 수 있는 것처럼 누구 한 명이라도 자신의 역할을 다해주지 않는다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구성원들의 마음가짐일 것입니다. 구성원 개개인이 단순히 모인다고 해서 목표를 쉽게 달성할 수 있는 건 아닐 것입니다. 즉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려는 구성원 간의 끈끈한 유대와 사과 따기를 일종의 놀이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이 되어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김선현 차의과학대 미술치료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