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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박성원]대통령과 미국 가는 정무특보

입력 | 2015-10-14 03:00:00


9년 전,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의 유력 차기 대선주자이던 시절 벨기에와 독일을 방문할 때다. 의원들 사이에서 수행단에 이름을 올리기 위한 보이지 않는 경쟁이 벌어졌다. 그때 ‘기회’를 얻었던 3명의 현역 의원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최경환 경제부총리, 그리고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심재엽 씨다. 지난해 10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중국 방문 때는 국정감사 기간이었는데도 의원 11명이 동행했다.

▷하물며 현직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동행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말할 것도 없다. 지난해 1월 박 대통령의 인도 스위스 방문 수행단에 이학재 정갑윤 의원이 포함되자 6·4지방선거 인천시장과 울산시장 후보로 두 사람이 결정된 게 아니냐는 소문이 나돌았다. 청와대 참모들도 마찬가지다. 2013년 5월 박 대통령의 첫 방미를 앞두고 윤창중 김행 두 대변인 가운데 누가 수행하느냐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대통령정무특보인 새누리당 윤상현 김재원 의원이 이번 박 대통령의 방미에 동행했다. 외교안보특보도 아니고, 국내정치를 담당하는 정무특보 두 의원만 딱 찍어서 수행하니 미묘한 정치적 해석을 낳는 것도 당연하다. 워싱턴까지 비행시간만 13시간이다. 친박(친박근혜) 비박(비박근혜) 간 공천 룰을 둘러싼 힘겨루기를 비롯해 내년 총선 ‘작전회의’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돈다.

▷두 특보 중 한 명은 박 대통령이 뉴욕 방문 중 일곱 번이나 만났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접촉하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있다. 특히 윤 의원은 ‘김무성 불가론’ ‘친박계 대선주자론’을 제기해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밀어붙이려던 김무성 대표에게 견제구를 날린 바 있다. 기내에서나 워싱턴에서 대통령과 국내정치에 관해 다양한 밑그림을 그릴 두 특보가 귀국하면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대통령 복심(腹心)으로서 무게가 한결 더 실릴 것이다. 그럼에도 ‘한 치 빛도 샐 틈 없는’ 한미동맹의 현안 해결에 집중해야 할 대통령의 방미에 최적의 팀 구성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