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색 없는 환경분야 선정… 남북통일에 도움 되길 기대”
13일 한스 뮐러슈타인하겐 독일 드레스덴공대 총장이 남북 공동 석사과정을 개설하게 된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포스텍 제공
한스 뮐러슈타인하겐 독일 드레스덴공대 총장은 13일 “남북통일에 기여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남북 공동 석사과정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환경 분야 연구는 정치색이 없고 기후변화 등 남북이 모두 관심이 있는 주제여서 이 분야로 정했다”며 “특히 드레스덴공대는 200여 년 전부터 이 분야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교육 프로그램은 남북 과학기술 협력에 새로운 전기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0년 남북 교류가 활발할 때 소프트웨어 중심의 협력이 추진됐지만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되며 모든 교류가 끊어졌다. 지난해 7월 출범한 대통령직속 통일준비위원회에도 과학기술은 빠져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3자인 독일이 물꼬를 튼 셈이다.
뮐러슈타인하겐 총장은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공대 방문이 이 프로그램을 추진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라고 말했다. 드레스덴공대는 박 대통령이 방문할 만큼 독일 통일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드레스덴공대는 옛 동독 지역에 속한 대학이지만 통일 후 과학기술 분야 통합을 위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학부생의 30%가 서독 지역 출신으로 채워질 만큼 교류가 활발하다. 현재는 독일을 대표하는 공대로 손꼽힌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포스텍(포항공대)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이념과 별개인 과학기술 분야의 교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김도연 포스텍 총장의 의지가 다분히 반영됐다는 것이다. 또 드레스덴공대 교수를 거쳐 포스텍에 방문교수로 와 있는 지아나우렐리오 쿠니베르티 교수가 오래전부터 두 학교 간 협력을 추진하며 다리 역할을 자처한 공도 빠뜨리지 않았다.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에 대해 묻는 질문에 그는 독일 통일 과정에서의 혼란을 먼저 설명했다.
“독일이 통일한 뒤 드레스덴공대에서 동독 출신 교수진이 절반 넘게 그만둬야 했습니다. 그만큼 수준 차가 컸다는 거죠. 동독 당국의 허가 아래 학자 개인적인 차원에서 과학기술 교류를 계속해 왔지만 수준 차를 좁히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뮐러슈타인하겐 총장은 남북한이 정치적으로 교류가 힘든 상황에서 과학기술 분야에서라도 교류의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독일은 1973년 이후 동독-서독 간 과학기술 회담을 34차례 열었다.
“독일 통일 때처럼 남북한은 기회가 오는 대로 잘 활용해야 합니다.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는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교류가 중요합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