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제
드뷔시의 곡은 당시 한창 인기 있던 라디오 프로그램 시그널 곡이었습니다. 원곡은 피아노곡이지만 일본 신시사이저 연주자인 도미타 이사오의 연주로 방송을 자주 탔죠. 휘파람 소리를 연상시키는 시원한 합성음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비제의 곡은 본디 오페라에 나오는 아리아이지만 폴 모리아 악단이 경음악 ‘Pearl Fishers’로 편곡해 역시 FM 대중음악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했습니다. ‘새파란∼ 수평선∼’이란 가사로 익숙한 노래 ‘진주조개잡이’와는 다른 곡입니다.
이렇게 클래식 작품이 대중음악에 뛰어들어 인기를 얻는 사례는 많습니다. 가을에 즐겨 듣는 에릭 카먼의 팝송 ‘All by myself’나 ‘Never gonna fall in love again’도 각각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교향곡 2번에서 느린 악장 주선율을 따서 편곡한 노래죠.
이 선율도 아름답습니다만, 이 노래보다 앞서 나오는 남자들의 2중창 ‘성스러운 사원에서(Au fond du temple saint)’를 비롯해 실로 아름다운 선율이 많이 나오는 오페라입니다. 다재다능했던 작곡가 비제가 펼쳐 내는,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 ‘카르멘’과는 사뭇 다른 세계를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