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안익훈-임훈(오른쪽). 스포츠동아DB
“우리도 ‘다른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게 가장 큰 소득이죠.”
LG는 올 시즌 9위에 그쳤다. LG 양상문 감독은 “성적에 대해 변명할 생각은 없다.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실패를 겪으면서 얻는 소득이 분명히 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선수들의 인식 변화였다. 그 중심에는 안익훈과 임훈이 있다.
LG는 세밀한 야구보다는 공격적 야구를 지향해왔다. 그러나 국내에서 가장 큰 구장인 잠실을 쓰면서 20홈런을 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물론 한 방이 있는 홈런타자도 있어야 하지만 구장이 큰 만큼 거포들보다 수비, 베이스러닝이 뛰어난 선수들이 필요했다. 양 감독이 트레이드를 통해 거포형 정의윤을 내주면서 임훈을 데려온 이유다. 여기에 수비가 좋고 발이 빠른 안익훈을 배치하면서 LG의 약점이었던 외야수비가 향상됐다.
뛰는 야구의 효과는 확실했다. 양 감독은 “원래 안타 3개여야만 득점이 됐는데, 이제는 안타 하나로도 점수가 난다. 또 상대팀에 뛴다는 의식만 심어주면 상대 배터리는 변화구보다는 직구 위주의 볼배합을 하니까 타자에게 더 유리해진다. 물론 아직 부족하지만, 우리도 기존과 다른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는 것만으로도 내년에는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웃었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