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준금리 동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설명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중국발(發) 위기 등으로 금융 불안을 겪어온 글로벌 금융시장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은 여전히 시간문제라는 점에서 연준의 이번 결정이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당장 한숨은 돌렸지만 당분간 세계 경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계속 안고 가야 할 상황이다.
○ 중국발 불안에 동결 선택, 연내 인상도 불확실
연준이 고심 끝에 금리 동결을 선택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풀이된다. 금리를 올리기엔 현재 미국 내 물가 수준이 너무 낮은 데다, 중국 등 신흥국 경제의 불안으로 금리 인상의 부작용이 커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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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연준은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언제든지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연내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고 10월에도 가능성이 있다”며 “10월에 올린다면 기자회견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10월은 옐런 의장의 기자회견이 원래 예정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은 금리 인상을 한다면 9월 아니면 12월이지, 10월은 가능성이 애초부터 낮다고 예상해왔다.
이와 관련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옐런 의장의 발언을 보면 (비둘기파와 매파 간) 균형을 잡으려고 애쓴 흔적이 나타난다”며 “비록 동결은 했지만 10월 또는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연준 위원 17명 중 13명은 연내 금리 인상을 여전히 지지하고 있다. 이전(15명)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절반을 훨씬 넘는 수다.
다만 중국발 쇼크 같은 돌발 변수가 더 나온다면 금리 인상 시점은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오랫동안 ‘연내 인상’을 공언해온 연준도 시장의 신뢰를 잃게 된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연준의 메시지가 분명하지 않아서 시장이 혼란에 빠져 있다”며 “정책 불확실성만 커졌다”고 말했다.
○ 한국 금융시장 영향은 제한적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신흥국들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자금 이탈 공포가 다소 누그러졌기 때문이다. 한국도 가계부채 문제에 대응할 시간을 벌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은도 시차를 두고 금리 인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부 가계의 이자상환 부담이 조만간 커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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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금리를 동결했다는 것은 그만큼 세계 경제를 나쁘게 봤다는 뜻도 되기 때문에 그만큼 시장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실장은 “국내 금융시장이나 실물경제에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미국이 내년 이후의 경제전망치를 내렸고 중국에 대한 우려도 내비친 만큼 연준의 예상대로 세계 경제 회복세가 약해지면 우리 경제에도 결국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시의 상승세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인상 시점이 뒤로 미뤄진 것일 뿐 미국이 언제 올릴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시장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오태동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신흥국 상황을 고려하겠다는 연준의 메시지는 그만큼 중국과 신흥국의 성장둔화 우려가 심각하다는 의미”라며 “증시 상승세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도 “신흥국과 선진국 증시가 단기적으로 반등할 수 있겠지만 추세적인 상승은 어렵다”고 말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주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