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3·토트넘). 사진제공|동아닷컴DB
-토트넘 이적 2경기 만에 유로파리그&안방 데뷔전 2골 작렬
-측면도, 섀도 공격수도 아닌 최전방 원톱으로 역량 뽐내
-주말 이청용과의 코리안 더비서 맹위 이어갈지 관심 집중
손흥민(23·토트넘)이 펄펄 날았다.
손흥민은 18일(한국시간) 런던 화이트하트레인에서 열린 카라바흐(아제르바이잔)와의 2015~2016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조별리그 J조 1차전 홈경기에서 2골을 몰아치며 팀의 3-1 역전승에 앞장섰다.
손흥민은 13일 선덜랜드 원정경기를 통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데뷔했다. 공격 2선 중앙에 배치된 그의 몸놀림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프리킥과 코너킥 등 세트피스 전담 키커로도 뛰었지만, 정확도와 세기가 떨어졌다. 성급한 일부 토트넘 팬들은 축구 커뮤니티를 통해 “(독일 레버쿠젠으로) 돌아가라”는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불과 며칠 새 손흥민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멀티골을 작렬하며 성공적인 EPL 연착륙을 예고했다. 2경기 만에 데뷔골을 터트렸고, 팀 내 최다 득점자가 됐다. 올 시즌 초반 부진에 빠졌던 토트넘에서 이날까지 2골 이상을 넣은 선수는 아직 없다.
특히 눈길을 끈 대목은 포지션이었다. 카라바흐전에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에게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맡겼다. 안드로스 타운젠드와 에릭 라멜라가 각각 좌우 윙 포워드로 배치됐고, 델레 알리와 톰 캐롤이 중앙 미드필더로 나섰다. 토트넘은 그간 간판 골잡이 해리 케인을 원톱으로 내세우는 공격 전략을 즐겨 활용했는데, 새 시즌 들어 극심한 빈공에 허덕이면서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등장한 손흥민은 토트넘 벤치에 다양한 공격 옵션들을 제공했다.
본래 손흥민의 포지션은 왼쪽 날개다. 함부르크와 레버쿠젠에서 보낸 독일 분데스리가 5시즌 동안 그는 가장 뛰어난 ‘역습형 공격수’로 평가받았다. 적극적인 스위치 플레이로 중앙과 오른쪽 측면까지 책임지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원톱은 익숙하지 않은 역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포체티노 감독은 ‘최전방 손흥민’이라는 과감한 실험을 시도해 결국 성공했다.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2경기 만에 화끈한 신고식을 치른 손흥민은 20일 오후 9시30분 국가대표팀 선배 이청용(27)이 몸담고 있는 크리스털 팰리스와 EPL 6라운드 홈경기를 앞두고 있다.
‘코리안 더비’에서 또 한 번 시원스런 득점포를 가동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