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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한미일 공조 중심축 강화… 訪中성과 내실 다져야”

입력 | 2015-09-04 03:00:00

[朴대통령 中전승절 참석]朴대통령 新외교전략 과제






펑리위안 여사 옆에서 오찬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오전 중국의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 기념행사 직후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오찬 리셉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대화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박 대통령, 펑 여사, 시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베이징=변영욱 기자 cut@donga.com

3일 중국 전승절 열병식이 진행될 때 박근혜 대통령은 톈안먼(天安門) 성루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사열하기 위해 자리를 떴을 때나 인민해방군의 분열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자리에 앉아 있었다. 성루에 오른 다른 국가 정상들이 서 있는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관람 모드를 연출한 셈이다. 미국과 일본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방중을 앞두고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성루에서 어떤 제스처를 취할지 상당히 고심했다는 후문이다.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박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외교적으로 미칠 파장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박 대통령이 내디딘 ‘신(新)외교’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

○ ‘한국, 중국에 기울었다’ 의구심 극복해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만나 “한국의 중국 열병식 참석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케리 장관의 발언은 외교적 수사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미국 조야에는 박 대통령의 전승절 행사 참석을 계기로 ‘한국의 중국 경도론’에 쏠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보수 강경파 목소리를 대변하는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박사는 최근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올해 전승절은 종전을 기념하기보다 일본을 두들겨 패는 중국식 민족주의 행사다. 한국을 침공한 중국 군대를 박 대통령이 사열한다는 건 좋지 않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을 한중 관계에 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게임 체인저’(판도를 바꿔 놓을 결정적 사건)로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방중의 결과를 실제 성과로 만들기 위한 내실화 작업이 중요하다. 북한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장거리로켓(미사일) 발사 등 추가 도발에 나설 때에도 중국이 전승절을 앞둔 시점에서처럼 단호하게 대응할지는 미지수다.

○ 한중일 정상회의 준비

한중 정상이 의견을 모은 ‘10월 말 또는 11월 초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개최’ 약속도 차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교도통신은 3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이 10월 31일, 11월 1일 이틀 일정으로 한중일 정상회의를 개최하자는 안을 제시해 일정을 조율 중”이라며 “아베 신조 총리가 10월 중순 중앙아시아를 순방할 계획이어서 11월 초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전반적으로는 일본은 바쁠 게 없다는 반응이다.

일본의 틈새 파고들기도 우려된다. 전승절 참석을 두고 일본이 만든 ‘한중 대 미일’이라는 구도를 깨는 과제도 남았다.

정부가 선택한 후속작업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 강화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3일 “한미중, 한미일 간 외교적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 말 유엔 총회를 계기로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와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

○ 북, 한중 정상회담에 ‘무엄하다’ 반응

북한은 3일 한중 정상회담에 대해 공식적으로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3일 “남조선(한국) 집권자가 북남 합의 정신에 저촉되고 무책임한 발언을 내뱉는 것은 매우 심각한 사태”라며 “극히 무엄하고 초보적인, 정치적 지각도 없는 궤변”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도발을 거론하며 “중국의 건설적 역할”에 감사를 표시한 것을 두고 반발했다. 당장 판을 깨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 접촉 등 남북 대화 국면에 차질을 빚을 수 있음을 위협한 것이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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