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블 이야기/헬렌 맥도널드 지음·공경희 옮김/456쪽·1만5000원·판미동
저자 헬렌 맥도널드가 참매 ‘메이블’과 함께한 모습. 아버지를 잃고 삶 전체가 흔들리는 충격을 받은 맥도널드는 메이블을 길들이면서 슬픔을 극복한다. 민음사 제공
사냥감에 무섭게 집중하는 참매를 보는 것은 짜릿하다. 그런데 그런 참매를 기른다고 생각해 보자. 엄청난 기 싸움부터 해야 할 터이다. 지치지 않고 반복적으로 훈련시켜야 하고, 오락가락하는 성격이라 훈련 타이밍도 잘 맞춰야 한다. 개나 고양이처럼 주인과 교감하거나 주인을 위로해준다는 느낌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저자에 따르면 참매는 사이코패스다!). 이렇게 엄청나게 몰입해야 하는 ‘참매 길들이기’를 왜 하려고 할까?
저자는 어느새 동물과 부대끼는 게 아니라 동물을 찬찬히 바라봄으로써 고통과 거리를 두게 된다. 야생인 메이블을 길들이면서 여자는 날것이었던 슬픔을 보듬어간다. 메이블의 발에 가죽 줄을 달고 조금씩 날리다가 줄 없이 자유롭게 날리는 장면에선 여자가 자신의 상처를 날려버렸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논픽션이다. 평범한 한 여성이 자신의 이야기를 쓴 책이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두면서 영국 언론 가디언과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하는 ‘2014년 올해의 책’으로 뽑혔다. 논픽션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새뮤얼존슨상, 영국의 대표적인 문학상인 코스타상을 수상했다. 이 책의 명성을 들었을 때는 평이한 줄거리에 반신반의했는데, 읽어 보니 이해가 됐다. 부모든 연인이든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갔을 때 느끼는 고통에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저자는 담담하고도 차분한 문체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이로 인해 오히려 저자가 느끼는 슬픔이 더욱 절실하게 와 닿는다. 삶의 큰 부분을 차지했던 것이 느닷없이 없어질 때 그 상처를 극복하고자 했던 경험을 떠올리면서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