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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Beauty]한 의사의 오랜 고민, 무지외반증 환자들에게 큰 선물되다

입력 | 2015-08-26 03:00:00

연세건우병원




박의현 연세건우병원 원장이 환자에게 족부 질환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연세건우병원 제공

의료계에서 정형외과는 다른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편이다. 다양한 대형병원과 전문병원들 간 경쟁은 물론이고 비수술적 치료를 앞세운 한방병원들까지 경쟁에 뛰어드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형외과를 선택할 땐 전문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 정형외과 전문의는 “워낙 다양한 병원들이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병원을 선택하는 게 과거보다 더 어려워진 면도 있다”며 “자신이 앓고 있는 질환에서 치료 노하우가 확실하게 입증된 곳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생체형 녹는 나사’ 이용한 무지외반증 치료

연세건우병원은 정형외과 분야에서 ‘발’과 ‘발목’, 즉 족부 질환 분야에 특화된 치료를 하고 있다. 개원 1년 만에 초진 환자 1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 병원의 박의현 원장은 족부 질환 분야에서는 국내 권위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특히 박 원장은 ‘무지외반증’ 질환 치료 권위자다. 무지외반증은 보통 엄지발가락 부위가 휘어서 돌출되는 경우를 뜻한다. 보통 수술로 치료를 하지만 휜 각도에 따라 치료 방법이 조금씩 달라진다.

중기나 중·후기 환자들의 경우 뼈를 고정시키는 과정에서 금속 나사를 이용한 치료가 흔히 사용된다. 증상이 심해 뼈가 많이 휘고 약해져 있을 땐 나사 대신 금속 핀을 통해 고정하기도 한다. 핀 고정의 경우 수술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핀을 제거하는 2차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환자들의 심리적 경제적 부담이 커지는 경우도 많다.

박 원장은 이런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지난달 생체형 녹는 나사(한국과학기술연구원 개발)를 이용해 수술을 진행했다. 그는 “이 나사는 뼈를 구성하는 성분과 같은 마그네슘과 칼슘으로 구성돼 있어 시간이 지나면 100% 뼈에 흡수된다”며 “증상이 심하거나 뼈가 약한 환자는 금속핀 사용이 필요하지만 그외 환자에게는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짧은 입원 기간, ‘톱 팀’ 운영

생체형 녹는 나사를 이용한 수술을 성공하기 전에도 연세건우병원이 이뤄낸 성과는 상당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무지외반증 질환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경우 수술 뒤 평균 약 6일간 입원했다. 하지만 연세건우병원에서 무지외반증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평균 입원 기간은 약 2.1일. 그만큼 일상생활에 빠르게 복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연세건우병원 관계자는 “바쁜 일상생활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감안할 때 짧은 입원 기간은 큰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은 수술 뒤 통증을 줄이는 부분에서도 신경을 많이 쓴다. 박 원장은 이를 위해 복합 약물주사 치료를 도입했다. 이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경우 해당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통증이 4분의 1 정도로 줄어드는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성을 갖춘 의료진 구성도 연세건우병원의 장점. 병원은 족부 질환과 관련된 다양한 수술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톱 팀(Top-Team)’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톱 팀은 병원 내 주요 분야별 의료진과 체계적인 협진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박 원장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톱 팀을 구성한 뒤 치료 노하우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고 환자들의 만족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 활동에도 적극 투자

환자에 대한 진료와 치료 못지않게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생체형 녹는 나사를 이용한 시술을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치료법 연구에 병원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박 원장은 정형외과 부문에서 국제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학술지 ‘미국스포츠의학저널(AJSM)’의 리뷰어(reviewer)로도 활동 중이다. 리뷰어는 연구자들이 제출한 논문이 AJSM에 실릴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한다. 또 의료진이 환자를 돌보는 중에도 꾸준히 병원 내 임상분석팀과 함께 크고 작은 연구과제들을 진행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

박 원장은 “다른 병원과 구별되는 병원이 되려면 우리만의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선 지금 당장 환자를 치료하는 데 필요한 임상 기술뿐 아니라 미래에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연구 경쟁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