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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강남구 1조7000억 ‘錢의 전쟁’ 野 구청장 20명 가세… 갈등 2라운드

입력 | 2015-08-12 03:00:00


‘1조7030억 원’의 주인은 누가 될까?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전 부지 개발이익을 둘러싼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서울시내 구청장 20명이 “공공기여금 1조7030억 원을 나눠 쓰자”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구청장들이 서울시 현안에 한목소리를 낸 건 2010년 11월 ‘무상급식’ 사태 이후 처음이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했던 구청장들의 ‘칼끝’이 지금은 강남구를 향하고 있다는 게 다를 뿐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구청장 모임인 ‘서울시 구청장협의회’는 10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이른바 ‘강남·북 균형발전론’을 내세웠다. 강남과 강북의 격차 문제가 불거진 건 1980년대 후반부터다. 1970년 이후 강남 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강북에 있던 공공기관과 기업, 명문학교 등이 대거 강남으로 옮겨갔다.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는 경제와 교육, 생활수준 등 모든 지표에서 강북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나재진 성동구 기획정책팀장은 “강남권의 발전은 결국 강북의 희생을 바탕으로 가능했다”며 “한전 부지 개발이익이 강남구에만 투자된다면 나날이 커지는 강남·북 간 격차를 좁힐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강남·북 균형발전론이 명분일 뿐이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한전 부지 개발이익을 챙기려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일부 구청장이 연대한 ‘정치적 공세’라는 것이다. 이번 성명서에 서명한 구청장 20명은 모두 박 시장과 같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을 비롯해 새누리당 출신인 서초 송파 중랑 중구청장 등 5명은 서명을 거부했다. 강남구 관계자는 “1조7030억 원이라는 돈에 숟가락 한번 얹어 보려는 새정치연합 구청장들과 서울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한 서울시 관계자도 “성명서 발표 전에 (서울시와) 구청장들 사이에 교감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강남구가 욕심을 부린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강남구는 국제업무, 마이스(MICE·회의, 관광, 컨벤션, 전시) 기능을 갖춘 ‘국제교류복합지구’(166만3652m²) 지구단위계획에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이 포함되는 데 반대하고 있다. 지구단위계획에 포함된 시군구에 공공기여금을 쓸 수 있게 한 국토계획법 시행령에 따라 잠실운동장 리모델링에도 기여금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강남구 관계자는 “영동대로 지하 광역철도망 구축, 쇼핑몰 사업에 쓰기에는 1조7030억 원만으로 부족할 수 있다”며 “일단 강남구에 먼저 쓰고 남는 걸 다른 지역에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용학 서울시 동남권개발추진반장은 “잠실운동장 리모델링에 드는 비용은 2000억∼2500억 원에 불과하다”며 “한전 부지 개발이익금은 서울시민 전체에게 돌아가야 한다. 모두 강남에 쓴다는 건 지나친 과욕이다”고 비판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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