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 교육과정, 이번엔 제대로 바꿔보자]<4> 문제점 개선은 이렇게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다음 달 총론과 교과 교육과정 고시를 앞두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졸속 개정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교과용 도서 구분 기준안 정책연구 토론회. 동아일보DB
○ 문제점 분석해 반영할 시차는 둬야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과정이 자주 바뀌는 것에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잦은 개정으로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고 수업의 질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또 전문가들은 정치적 독립성을 갖추면서도 항구적인 교육과정 논의 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정권의 입맛대로 교육과정이 좌지우지되는 것을 막고, 연속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과정학회는 ‘국가 교육과정 포럼 운영 종합보고서’를 통해 “정치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국가 교육과정 논의 기구가 필요하고, 개정 과정에서 타당성 및 합리성을 높이기 위해 현재의 교육과정 관련 기구가 상호 작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개정 주기가 짧다는 문제 제기는 부차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교육과정 개정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 교수는 “무조건 ‘자주 바꾸면 안 된다’는 식으로 반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문제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게 핵심이고, 개정하기로 결정했다면 그 방향이 적절한지를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과정 개정 때마다 ‘학습량 경감’은 빠지지 않는 목표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가르치고 배워야 할 내용이 줄어들지 않았다고 아우성이다. 여기에는 교과 이기주의가 한몫을 하고 있다.
또 내용을 줄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일단 많은 양을 제시한 뒤 일부만 필수요소로 정하는 방식으로는 학습량 경감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교과서에 실린 것은 다 가르쳐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어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 김 대표는 “학생이나 교사가 잘못된 게 아니라면 고등학생 중 수학을 포기한 학생이 60%에 달한다는 것은 교육과정이 잘못된 것을 의미한다”며 “교육과정이 지나치게 어렵고,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 교육과정·수능 동시에 고려해야
초중고교 현장의 최대 관심사는 수능인데,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배우게 되는 학생들은 아직 어떤 수능을 보게 될지 알 수 없다. 교육과정은 곧 정해지지만 바뀌는 수능은 2017년에나 공개되기 때문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과 수능을 연계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딜레마다. 과목 간 통합을 통해 고등 사고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교육과정 개정의 목표인데, 객관식 문제 중심인 수능으로는 제대로 된 평가가 어렵기 때문이다. 통합과학을 수능에서 평가하면 암기 과목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고, 수능 평가 과목에서 제외하면 학생들이 공부를 안 하게 되기 때문이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