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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아 거울아, 누가 더 화려하니?

입력 | 2015-07-28 03:00:00

조선의 국모 ‘명성황후’ vs 오스트리아 황후 ‘엘리자벳’
뮤지컬 ‘명성황후’-‘엘리자벳’ 무대의상 비교




《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 나라의 ‘왕비’의 면모는 화려하다. 올여름 뮤지컬 시장에선 조선의 국모 ‘명성황후’와 오스트리아의 황후 ‘엘리자벳’이 나란히 티켓전쟁을 벌인다. 두 작품 모두 화려한 왕비의 삶에 걸맞은 의상들을 선보여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두 작품의 의상에 대해 알아봤다. 》

뮤지컬 ‘명성황후’ 1막 초반부 상궁들이 ‘마마는 성정을 가다듬고’ 노래를 부를 때 연기하는 명성황후(이태원). 아래 사진은 무대의상 디자이너인 김현숙 교수가 그린 명성황후 의상 스케치 중 하나. 에이콤인터내셔날·김현숙 디자이너 제공

○총 600벌의 무대의상 등장…명성황후 가체 무게만 5kg

뮤지컬 ‘명성황후’의 무대의상은 총 600벌에 이른다. 명성황후 무대의상 디자이너인 김현숙 미국 볼(Ball)주립대 교수는 “속적삼, 속치마, 신발 등 자잘한 의상까지 계산하면 1000벌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출연 배우 총 63명의 의상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명성황후의 옷 10벌이다.

10벌 중 화려함의 백미로 손꼽히는 것은 △대연회 △민비환궁(1막 마지막) △백성이여 일어나라(2막 마지막) 때 입는 의상이다. 세 벌의 의상은 면, 폴리에스테르, 자카르, 융, 벨벳 등 다양한 원단을 사용해 화려한 색감을 표현했다.

김 교수는 “대연회 의상은 전통 의상 ‘적의’를, 민비환궁 의상은 전통 원삼을, 백성이여 일어나라 의상은 전통 상복을 바탕으로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5kg의 가체를 쓰고 진남색 벨벳으로 만든 대연회 의상을 입은 명성황후는 서양 의상을 입고 연회에 참석한 외국 공사 및 귀빈들과 비교할 때 화려함이 더욱 빛을 발한다. 올해 공연에서부턴 대연회 의상에 500개의 크리스털이 달린 어깨대를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민비환궁 장면의 의상은 과장된 크기의 소매와 마치 천에 유화를 그린 듯 다채로운 색감의 조화가 포인트다. ‘백성이여 일어나라’의 의상은 벨벳 천에 오묘한 색감의 꽃문양이 차분하면서도 묵직한 느낌을 만들어낸다.



뮤지컬 ‘엘리자벳’ 1막 마지막에 ‘나는 나만의 것’을 부르는 대목에서 별 드레스를 차려입은 ‘엘리자벳’ (옥주현). 아래는 실존했던 오스트리아의 황후 엘리자베트 폰 비텔스바흐의 초상화로 별 드레스는 이 초상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EMK 제공

○엘리자벳 실제 의상에서 영감…10kg 무게의 별 드레스

뮤지컬 ‘엘리자벳’에서 주인공 옥주현과 조정은은 150분의 공연 동안 총 15벌의 드레스를 갈아입는다. 한 벌을 갈아입는 데 대략 10∼15초가 걸린다. 그 짧은 시간에 드레스 말고도 실루엣을 살리기 위한 와이어 페티코트, 밑단 드레스 망사, 오버스커트(속치마), 본드레스 등도 차려 입는다. 조정은은 “의상팀 스태프들의 손은 거의 신의 수준”이라며 웃었다. 비결이 뭘까. 한정임 무대의상 디자이너는 “스태프들이 옷을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배우가 드레스 안에 발만 넣으면 바로 올려 훅으로 고정시킬 수 있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엘리자벳’에는 총 380벌의 의상이 등장한다. 그중 1막 마지막 ‘나는 나만의 것’ 장면에서 나오는 10kg짜리 엘리자벳의 ‘별 드레스’가 단연 돋보인다. 한 디자이너는 “실존인물이었던 오스트리아의 황후 엘리자베트의 초상화 의상에서 영감을 얻어 별 드레스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별 드레스 곳곳에는 레이스 천으로 만든 에델바이스 500송이가 달려 있다. 한 디자이너는 “에델바이스는 엘리자베트가 생전에 가장 사랑한 꽃”이라며 “에델바이스 꽃 중심과 꽃잎에는 비즈와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로 장식했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별 드레스를 입을 때 2kg의 가체를 함께 쓴다. 가체에는 엘리자베트의 유품을 모아둔 빈 시시박물관에서 공수한 머리 장식, 일명 ‘꽃핀’ 20개가 사용됐다.

조정은은 “옷의 무게가 연기에 무척 도움이 된다”며 “올인원 속옷이 몸을 똑바로 서게 만들어 자세가 좋아진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